실생활 결제 코인으로 주목받은 암호화폐 연동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이 형평성 논란에 빠졌다. 페이코인은 모회사인 다날의 전자금융업 라이선스를 활용해 사실상 선불식 충전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다른 유사한 암호화폐 사업자들은 현행법상 전자금융업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시장 진입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규제 공백이 만들어낸 시장 독점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다날의 자회사 다날핀테크가 운영하는 페이코인은 국내 최초로 실생활에서 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운 가상자산 프로젝트다. 빗썸 코인원 등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원화로 페이코인(PCI)을 구매하면 편의점, 카페, 영화관 등 가맹점에서 결제에 쓸 수 있다. 미리 충전한 선불금을 결제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전자금융업법상 선불식 충전사업과 동일한 행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페이코인은 약 10만 개의 가맹점과 25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국내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상 모든 암호화폐는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정의하면서도,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제외했다. 특금법상으로는 가상자산을 활용해 선불사업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결제 사업자는 같은 이유로 전자금융업법상 선불사업자로도 등록할 수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암호화폐로 선불사업을 하려고 하더라도 그들을 전자금융업자로 볼 수 없다”며 “전자금융업 라이선스를 내주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금업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들여다볼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규제 공백이 역설적으로 페이코인의 시장 독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페이코인의 모회사는 다날이다. 다날은 전자금융업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등 결제 비즈니스에 필요한 대부분의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다. 페이코인은 다날이 기존에 보유한 전자금융업 라이선스를 활용해 암호화폐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확보해둔 결제 인프라에 ‘숟가락 얹기’ 전략인 셈이다. 페이코인 관계자는 “다날 측에서 가맹점 계약과 정산을 담당하고 있고, 결제 서비스에 필요한 라이선스를 모두 갖추고서 문제가 없도록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며 “선불사업과 유사한 사업 모델인 건 맞지만 페이코인은 법적으로 선불전자지급수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맹점들은 페이코인이 아닌 원화로 결제대금을 정산 받고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명확한 규제 조항이 없어 페이코인의 결제 서비스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암호화폐 결제 사업자가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페이코인 외에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들은 시장 진입조차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규제의 공백이 빚어낸 역설이다.
일각에서는 결제형 암호화폐를 현행법으로 규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암호화폐는 전자금융업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편입 되기에 무리가 있다. 무기명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권면 최고한도가 5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시시각각 시세가 바뀌는 암호화폐의 특성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암호화폐는 지급수단적 성격을 충분히 띄고 있다”며 “새로운 입법안을 통해 암호화폐를 전자지급수단에 포함시켜 합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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