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블록체인 기술기업으로 암호화폐 ‘아르고(AERGO)’를 발행하는 블로코에 지분을 투자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사장단 회의에서 메타버스를 ‘롯데의 미래’라고 강조한 후 두 달 만에 가상 자산 사업을 구체화해 주목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004990)는 자회사인 대홍기획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기업 블로코에 50억원 상당의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블로코의 기업가치를 최대 900억원 가량으로 추산하며 실사를 진행 중인데 내달 최종 투자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를 주도하는 대홍기획은 롯데그룹의 마케팅 전반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롯데지주가 지분 68.7%를 보유 중이다.
지난 연말 SK그룹이 투자전문 계열사인 SK스퀘어(402340)를 앞세워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의 대주주로 올라서고 연내 암호화폐를 발행하기로 한데 이어 롯데그룹이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가상자산 시장 선점을 위한 대기업들의 경쟁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롯데는 블로코 투자를 통해 가상자산 사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발전시켜 신동빈 회장이 강조한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일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에서는 롯데가 SK와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발행부터 NFT(대체불가능토큰), STO(증권형토큰)까지 가상자산 사업 전반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향후 롯데 멤버스의 엘포인트가 암호화폐로 전환돼 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엘포인트 회원은 3,800만 명에 달하고 포인트 거래액도 연간 4,500억 원으로 업계 1위다. 엘포인트가 암호화폐로 발행될 경우 가상자산의 대중화 속도는 크게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
롯데의 투자가 확정되면 국내 블록체인 기업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블로코의 기업공개(IPO) 작업도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블로코는 롯데가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유통망을 발판으로 매출 확대를 이루며 상장 요건 충족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지난 2014년 설립된 블로코는 국내 1세대 블록체인 기술 기업이다. 삼성벤처투자와 포스코기술투자,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잇따라 투자할 만큼 기술력이 높아 블록체인 메인넷 아르고도 2018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바 있다. 아울러 암호화폐 ‘아르고(AERGO)’는 국내 주요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은 물론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도 상장돼 있다. 자회사인 블로코XYZ가 NFT 사업을 추진 중이며 올리브네트웍스와는 NFT 기반 티켓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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