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사태로 오히려 반사 이익을 얻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블로코엑스와이지(BlockoXYZ) 오피스에서 만난 김경훈 대표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 불어닥친 위기를 두고 기회로 판단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블로코XYZ는 대체불가토큰(NFT) 플랫폼 CCCV를 운영한다.
테라·루나 가격 폭락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2018년 크립토 겨울 이후 최악의 하락장을 맞았다. 비트코인(BTC) 가격은 지난해 말 기록했던 최고가에서 70% 가까이 내려앉았다. NFT 시장 역시 불황이다. 지난달 전세계 주요 NFT 마켓플레이스 거래량은 직전 달에 비해 반 토막 났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번 사태로 거래량과 가격에만 주목하며 혼탁했던 NFT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NFT의 활용도와 기술력이 조명 받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그는 “티켓이나 쿠폰 NFT 등 실생활 NFT로 이용자에게 와 닿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CCCV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생각한다”며 침체된 NFT 시장을 새롭게 선도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블로코XYZ는 블록체인 전문 매니지드 서비스 공급자(Managed Service Provider·MSP) 기업 블로코의 자회사다. CCCV는 단순한 NFT 마켓플레이스에 그치지 않는다. 한 페이지에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링크를 한 데 모아 프로필로 활용할 수 있는 ‘링크’와 자격증 등 개인 신원을 증명하는 ‘NFT 뱃지’를 함께 서비스한다. 세 가지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동해 명함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 블로코XYZ의 목표다.
김 대표는 “다른 마켓플레이스의 경우 유명인이 NFT를 발행하면 그 유명인을 사칭하는 수많은 계정들이 만들어지는 등의 문제가 고질적이지만 CCCV는 링크·뱃지 등으로 NFT 판매자 신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CCCV에 오픈씨 등 다른 NFT 마켓플레이스를 연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NFT 마켓을 출시한 것은 NFT·링크·뱃지 세 가지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꼽는 CCCV의 또 다른 강점은 사용 편의성이다. CCCV 이용자들은 지갑을 생성할 필요가 없다. SNS 연동을 통해 CCCV 아이디만 생성하면 자동으로 지갑이 생성되고 가입이 완료된다. 김 대표는 “NFT의 대중화가 어려운 이유는 마켓플레이스 등의 사용이 불편해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라며 “CCCV는 가입 단계를 줄이고 편의성을 높였다”고 소개했다.
간편한 가입 절차 덕분에 CCCV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0만 명을 넘는다. 김 대표는 현재 분리된 NFT·링크·뱃지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해 사용자 편의성을 더욱 증대할 계획을 꾀하고 있다. 사용자경험(UX)·사용자환경(UI) 기능 개편도 앞두고 있다. 블로코 자체 메인넷 아르고 체인 기반으로서 안고 있던 확장성 한계도 해결한다. 이더리움 체인으로 내보내기 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며 곧 이더리움 지갑 메타마스크도 오픈할 계획이다.
모기업 블로코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블로코는 지난해 국내 블록체인 기업으로는 최초로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평가 등급을 획득하며 대표적인 블록체인 기술 기업으로 떠올랐다. 롯데그룹으로부터 50억 원 상당의 지분투자도 받았다. 블로코XYZ은 CCCV 운영에 모기업이 개발한 핵심 기술들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블로코가 쌓아온 신뢰가 블로코XYZ와 기업·정부간 협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NFT 시장 진출을 원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블로코XYZ을 찾고 있다. KB국민카드의 마이데이터 플랫폼 ‘리브메이트’의 CCCV NFT 연동이 대표적인 협업 사례다. 리브메이트 이용자들은 앱을 통해 바로 CCCV NF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SPC 그룹, MBC 등과 NFT 콘텐츠를 제작하며 실생활 NFT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블로코XYZ은 올 3분기 협업 사례를 더욱 채워나갈 계획이다. 블로코XYZ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는 NFT의 대중화다. NFT 활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NFT에 더욱 친숙해진 대중들에 NFT·링크·뱃지 서비스가 한 데 모인 CCCV만의 명함 서비스 표준을 제시한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김 대표는 “CCCV는 NFT를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닌 하나의 기술로 보고 도구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NFT 서비스의 표준을 만드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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