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돈으로 달러와 비트코인을 산다면 50년 뒤 무조건 비트코인의 가치가 더 높을 것입니다.”
루치우스 마이저(Luzius Meisser) 비트코인 스위스(Bitcoin Suisse) 의장은 “앞으로 반년 간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좋은 시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트코인 스위스는 2013년 설립된 암호화폐 금융회사이자 세계 최초 비트코인 브로커다. 전세계 1세대 크립토 기업인 셈이다. 마이저 의장은 “크립토 시장을 오래 지켜본 결과 비트코인은 채굴량에 따라 4년마다 주기적 하락을 겪었다”며 “2025년 채굴량이 반토막나면서 2024~2025년 크립토 윈터가 끝나고 다시 상승장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이 50만 달러(약 6억 5000만원)까지 치솟아도 이상할 것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장기 투자자라면 단기 변동성에 흔들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저 의장은 비트코인이 1달러가 채 되지 않던 2011년부터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관련 책도 집필했다. 당시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80%를 차지하던 마운트곡스 거래소가 파산하면서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것조차 쉽지 않던 시절이다. 그는 “거래소를 믿을 수 없어서 비트코인톡(Bitcointalk) 같은 오프라인 포럼 행사에 참석해 직접 비트코인을 팔아줄 사람을 구했다”며 “이렇게 혁신적인데 못 해도 1달러는 가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처음 비트코인을 샀다”고 회상했다.
비트코인 스위스의 주 고객층은 암호화폐 '큰손'들이다. 10만 프랑(약 1억 3700만원) 이상 투자해야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나 고액 자산가들이 대부분이다. 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암호화폐 브로커리지(중개), 커스터디, 스테이킹 등인데 투자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그에 걸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이저 의장은 “하이테크(Hightech) 하이터치(Hightouch)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력과 고객 경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메일 대신 전화로 즉각 소통한다거나,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등 프라이빗뱅킹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테라-루나를 시작으로 가상자산 기업들의 도미노 파산이 이어졌지만 스위스에서는 먼 나라 얘기다. 암호화폐 파생상품 관련 규제가 명확하게 자리 잡은 덕분이다. 마이저 의장은 “스위스에서는 암호화폐 레버리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무척 까다롭다”며 “고객이 맡긴 코인을 함부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이저 의장은 암호화폐의 보관, 관리 측면에서도 스위스가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했다. 그만큼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보호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파산하더라도 우리에게 맡긴 고객들의 비트코인은 무사하다”며 “스위스에서는 가상자산을 맡긴 경우에도 법적으로 직접적인 소유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가상자산 서비스가 사라지면 투자자들의 자산이 보호 받지 못 하는 것과 대비된다.
원칙 중심 규제는 스위스가 블록체인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됐다. 마이저 의장은 “스위스 법이 지엽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암호화폐 분야에도 기존 법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법이 지나치게 세세하면 자유도가 떨어져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법안도 유럽연합(EU)에서는 100페이지 분량이라면 스위스는 15페이지 안에 끝날 것”이라며 "EU의 규제 담론이 3년 전 스위스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스위스에서 비트코인을 판매할 때 부가세(VAT)를 따로 내지 않게 된 것도 원칙에 초점을 둔 유연한 규제 덕분이다. 비트코인 스위스는 2013년까지만 해도 고객에게 비트코인을 팔 때마다 부가세를 내야 했다. 비트코인이 세법상 ‘상품과 서비스’로 분류됐던 탓이다. 그러나 마이저 의장은 비트코인이 ‘상품과 서비스’가 아닌 ‘통화’라고 판단해 부가세를 면제해줄 것을 요청했고 과세 당국도 이를 받아들였다. 반면 독일의 경우 과세당국에서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을 내놨다고 한다. 기존 세법이 촘촘한 탓에 가상자산과 관련해 섣불리 나서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법이 세세할수록 규제의 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는 게 마이저 의장의 생각이다. 그는 “100가지 경우를 생각해도 120가지 이상의 경우가 생기는 게 크립토 업계”라며 “법은 큰 틀에서 만들고 그 다음은 규제 기관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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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크(스위스)=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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