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14일(현지시간) 수년에 걸쳐 추진해 왔던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단행한다. '머지(Merge)'라 불리는 이 업그레이드가 성공할 경우 최근 3개월 동안 30% 이상 오른 이더리움의 가격이 또 한번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더리움 가격에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상당하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이날 작동 방식을 작업증명(Proof of Work·PoW)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PoS)으로 바꾸는 내용의 업그레이드를 실시한다. 두 방식은 사용자가 새로운 암호화폐 거래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할 때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준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기록 사실을 증명하는 방식이 다르다.
작업증명은 사용자들이 고성능 컴퓨터를 동원해 블록체인 기록 작업을 증명해야 하는 반면, 지분증명은 이미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지분을 가진 사용자가 거래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식이다. 때문에 작업증명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현저히 적다. CNBC는 이번 업그레이드를 "가상화폐 시장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라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업그레이드 성공 시 이더리움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CNBC는 "이번 업그레이드로 이더리움의 탄소 배출량은 99% 줄어들 것"이라며 "환경에 민감한 투자자들에게 이더리움이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일 수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케이티 탈라키 아르카 자산운용사 리서치 본부장은 "업그레이드 후 이더리움의 상승세가 여러 이유에서 더 강력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공급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더리움 가격은 이미 최근 3개월간 32% 이상 올랐다. 1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9%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더리움 1개의 현재 가격은 약 1621.75달러다.
하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이더리움 인프라 구축업체 론치노데스의 제이딥 코르데 최고경영자(CEO)는 "2년에서 3년 동안 장기적으로 이더리움 지분을 보유할 예정인 사용자들은 전망이 나쁘지 않다"면서도 "단기적인 거래는 변동성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경제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인플레이션을 위험 요인으로 꼽으며 "이더리움은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큰 변동에 시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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