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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믿고 샀는데··· 카카오·위메이드 코인 '수난시대' [IT슈]

카카오 '클레이' 위메이드 '위믹스'

나란히 고점 대비 90% 이상 빠져

늑장 공시 등 운영 미흡이 화근

신뢰 회복 나섰지만 갈 길 멀어

판교 위메이드 사옥. 사진 제공=위메이드


국내 대표 암호화폐로 꼽히는 카카오(035720) ‘클레이’와 위메이드(112040) ‘위믹스’ 가격이 나란히 곤두박질치고 있다. 안 그래도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마당에 양사가 미흡한 운영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이름값에 과도하게 기댄 결과 덩치 작은 스타트업들보다도 못한 운영을 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위기의 클레이·위믹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클레이튼 운영사인 카카오 계열사 크러스트유니버스의 조슈아 대표는 지난 27일 공식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향후 1년간 급여와 개인 사재로 클레이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신뢰 확보를 위해 클레이를 매입할 암호화폐 지갑의 주소를 직접 공개하기까지 했다.

최근 가격이 200원 밑으로 떨어지자 극약 처방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클레이는 지난해 3월 고점(5050원)을 찍은 이후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올해 4월 1000원 밑으로 떨어졌고, 5월 테라·루나 사태 이후에 하락을 거듭해 지난 10월 22일에는 185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크러스트유니버스 측에서 각종 대책을 내놓은 덕에 현재 가격은 350원선까지 회복됐지만, 이마저도 여전히 고점 대비 95% 빠진 가격이다.

위메이드의 ‘위믹스’는 지난 27일 국내 4대 원화 마켓 거래소로부터 일제히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2주 내 소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장폐지가 될 수 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위믹스 가격은 기존 2500원대에서 한 때 17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4대 거래소 측은 투자유의종목 지정 이유에 대해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회원사에 제출된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에 차이가 있었다”며 “부정확한 유통량 정보에 관해 투자자들에 대해 적시에 명확한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글로벌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 위믹스 유통량이 기존 1억2000만개에서 3억1800만 개로 갑자기 증가한 게 사건의 발단이 됐다. 당초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내놓으면서 자체 공시했던 유통량 계획서에 따르면 현재 위믹스 발행량은 2억 3621만 6797개여야 한다.

대기업 이름값 내세웠지만…허술한 운영에 ‘눈총’




클레이와 위믹스 둘 다 공교롭게도 국내 대표 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코인 시장에서 국내 유명 정보기술(IT) 기업 이름값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유치했으나, 이에 걸맞지 않은 불투명한 운영으로 위기를 자초했다고 비판한다.

실제 클레이튼의 경우 다수 익명 프로젝트에 클레이를 ‘묻지마’식으로 퍼주며 코인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클레이튼은 그동안 클레이튼성장펀드(KGF)를 통해 클레이튼 기반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 디앱)에 클레이로 투자해왔다. 디앱 개발을 통해 클레이튼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투자를 받은 프로젝트들이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단순히 클레이를 현금화해 사업 자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다수 적발됐다. KGF가 올해 초 약 327만 클레이(당시 가격 약 51억 원)를 투자했던 익명 디파이(탈중앙화금융) 프로젝트 ‘크로노스 다오’는 78억 원 가량의 예치금 횡령 의혹으로 소송전에 휘말리기까지 했다.

위믹스의 경우 올해 초 위믹스 대량 유동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위메이드는 매 분기별로 위믹스 사용 내역을 자체 공시하기로 약속했고 이를 이행 중이다.

다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위메이드의 현행 공시 방식에 대해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위메이드는 분기별로 ‘사후’ 공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측이 유통량을 늘리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즉각 인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다수 암호화폐 재단들이 정기 공시를 하는 것은 물론, 이외 중요한 변동사항이 생겼을 경우 수시 공시도 진행한다“이라며 “특히 유통량 변경 관련 내용이라면 투자자 입장에서 예민한 문제인 만큼 가능한 신속하게 공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들이 오히려 투자자 신뢰 확보를 위해 공시에 성실히 임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를 비롯해 다수 스타트업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사전에 분기별 코인 유통 계획을 공시하고, 혹시나 변동이 생길 경우 사전에 공시한다”며 “프로젝트가 비교적 덜 알려져 있고, 투자자층도 넓지 않은 만큼 이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은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코인들의 경우 거래소 측에서 공시 관련 비교적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왔던 게 사실”이라며 “반면 위믹스 등 이른바 ‘네임드’ 코인에 대해선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고도 했다.

향후 전망은


클레이 투자자들은 ‘미워도 다시 한 번’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최근 대표가 매입 약속을 한 데 앞서, KGF 투자 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부양책을 여럿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신뢰 회복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최근 클레이 투자자들이 오픈한 ‘크래시캔(Krash Can)’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는 조슈아 대표가 공개한 지갑 주소로 투자자들이 각자 사기당한 코인 혹은 NFT를 전송하는 조롱성 프로젝트다.

위믹스의 경우 빠르면 2주 안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 실제 상장 폐지 가능성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다만 실제 상장 폐지가 결정될 경우 후폭풍이 심각할 것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최 자문위원은 “위믹스 투자자들이 너무 많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테라, 루나와 달리 국내 투자자 비율이 훨씬 높다는 점도 우려된다”라고 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게임 코인의 ‘맏형’격인 위믹스가 상장폐지될 경우 타 게임 코인에 미칠 영향이 심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위믹스 측은 “공시 방법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의종목 지정과 관련해선 거래소에 지속적으로 소명하겠다”고 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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