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암호화폐 규제 초석을 다지는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간 소송 결과가 암호화폐 증권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27일 빗썸경제연구소는 ‘2023년 가상자산 정책 전망’ 보고서를 내고 내년도 가장 주목해야 할 사안으로 리플과 SEC 간 소송을 지목했다. SEC는 리플(XRP)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지난 2020년 12월 XRP를 발행한 리플을 미등록증권 발행 혐의로 기소했다. 약식판결 신청에 대한 판사 승인과 판결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SEC가 승소하면 다수 알트코인이 증권으로 분류되고, SEC가 관할하는 자본시장 규제 영역에 알트코인이 포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공시·불공정거래·영업규제 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리플이 승소하면 암호화폐는 규제 수준이 낮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관할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규제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XRP를 포함한 다양한 알트코인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리플 소송 결과가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보고서는 현재 미 의회에 계류된 가상자산 규제 법안의 연내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2023년 1월 3일 미국 상하원 회기가 종료되면 현재 법안은 모두 자동으로 폐기된다. 새로운 의회에서 가상자산 규제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보고서는 상하원 집권당이 각기 다르고, 역대 금융위기 이후 미 의회의 후속 대책 입법 마련 경과 시기 등을 감안했을 때 미국의 가상자산 법안은 빨라도 2023년 말에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는 올해 금융당국과 국회를 중심으로 이뤄진 규제 논의 결과물이 새해에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2023년 초 발표될 증권형토큰 가이드라인으로 암호화폐의 증권성 판단 기준과 발행 유통체계에 대한 정책방향이 명확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증권형토큰은 자본시장법을, 비증권형토큰은 새로 제정될 디지털자산기본법의 규율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유리 빗썸경제연구소 정책연구팀장은 “2022년은 가상자산 업계 내 글로벌 기업의 잇따른 파산으로 업계와 투자자 모두 규제 필요성을 느끼게 된 한 해였다”면서 “주요국 정부가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 규제 틀을 마련해 나간다면, 2023년은 관련 업계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 성장의 초석을 다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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