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목표로 하는 부산광역시가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맞았다. 부산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이낸스 등 해외 주요 거래소와 오더북(거래장부) 공유를 골자로 한 거래소 서비스를 준비했는데 바이낸스가 국내 거래소 인수로 방향을 틀며 이 같은 사업 계획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국내 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하고 한국 시장 진출에 본격 돌입한다. 업계에선 바이낸스가 최근 국내 인력을 모집하는 등 한국 시장 재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오더북 공유 등을 통해 고팍스가 사실상 바이낸스 한국 지사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0.1%에 불과한 고팍스의 지분 40%를 사들이는 배경에는 바이낸스의 국내 시장 진출 의지가 작용한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다.
바이낸스가 국내 진입 방향을 원화 거래소 직접 인수로 틀면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추진단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 거래소·업계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자산거래소 운영 방향 간담회에서 바이낸스 등 부산시와 협력 관계를 맺은 주요 글로벌 대형 거래소들과 △기술력 및 인프라 지원 △교차 상장 및 오더북 공유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을 원하는 국내 프로젝트들이 디지털자산거래소를 통하게 해 부산을 글로벌 디지털자산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올해 반드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설립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성사로 부산시와의 협약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금융당국과 불협화음에 거래소 운영방식 변경(입찰제→회원제) 등 험로를 걸어온 부산시로서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난 셈이다. 부산시가 ‘해외 거래소 리스크’에 빠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바이낸스와 마찬가지로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맺었던 FTX는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파산해 부산시가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후오비·크립토닷컴·게이트아이오 역시 FTX 사태 이후 거래소 준비금 증명 과정에서 장부 조작 의혹을 받으며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부산시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로 인한 사업 계획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거래소를 먼저 출범시킨 뒤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와 본격적인 사업 협력 논의가 시작된다”며 “금융당국에서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를 통해 우회적으로 국내 진출을 시도하는 것을 허가할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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