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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發 지각변동···'암호화폐 기축통화' 테더 독주 시작되나 [블록체인 NOW]

■'스테이블 코인' 패권다툼 서클사 발행한 USD코인, SVB 파산에

한때 0.8弗선까지 내려가며 신뢰 깨져

바이낸스USD마저 美당국 규제에 발목

경쟁사 위기에 USDT 점유율 60% 눈앞

발행사 非전문·준비금 불투명 논란 여전

美·유럽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움직임도



암호화폐 시장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테더(USDT)가 점유율 60% 고지를 눈앞에 두며 독주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USD코인(USDC)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달러와 가치 연동(페깅)에 문제가 생기고 바이낸스USD(BUSD)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재를 받는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흔들리며 반사이익을 모두 가져가는 모습이다. USDT 역시 발행사 테더에 대한 불신과 준비금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에도 견고함을 보여준 데다 여전히 대규모 거래에 가장 많이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 잡으면서 당분간 입지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탈중앙화금융 데이터 플랫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전날 기준 USDT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점유율은 59.1%로 최근 1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USDT 시가총액은 787억 1000만 달러로 2위 USDC(343억 3000만 달러)를 두 배 이상 따돌렸다. 지난해 5월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 6위까지 올라섰던 테라USD(UST)가 추락한 뒤 USDT와 USDC·BUSD의 3강 구도가 굳혀지는 듯했지만 USDC와 BUSD에 잇따라 탈이 생기며 USDT로 급격히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USDC는 이달 11일 발행사인 서클이 최근 파산한 SVB에 약 33억 달러의 자산을 맡겼다고 밝히면서 타격을 입었다. 달러와 가치가 같아야 하는 만큼 USDC는 1달러를 유지해야 하지만 SVB 파산 이후 0.8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서클은 USDC를 언제든지 달러로 바꿔주도록 발행량만큼의 준비금을 안전자산에 보관하는데 SVB에 맡긴 돈을 날릴 경우 USDC도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과매도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 예금자들의 예금을 전액 보장한다며 빠르게 수습에 나서 USDC는 겨우 1달러 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USDC 시가총액은 이달 11일 421억 달러였지만 뭉칫돈이 USDT로 옮겨가며 열흘 만에 시총의 17%, 약 70억 달러 이상이 빠져나갔다.

BUSD는 미국 당국의 규제에 발목을 잡혔다. SEC는 지난달 중순 BUSD를 미등록증권으로 판단한 뒤 BUSD 발행사 팍소스에 ‘웰스 노티스(Wells notice)’를 발표했다. 웰스 노티스는 SEC가 민사소송을 제기할 기업에 해명을 요구하는 사전 통지서다. 이어 미국 뉴욕 금융감독청(NYDFS)도 팍소스에 BUSD 발행 중단 명령을 내리고 조사에 나섰다. 증권성 논란에 휩싸인 BUSD는 코인베이스 등 대형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BUSD 시가총액은 지난달 중순 160억 달러에서 최근 81억 달러대로 반 토막이 났다. 특정 재산의 지분권을 담거나 배당 등 수익이 발생할 때 증권으로 보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은 증권이 아니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바이낸스가 BUSD를 맡기면 이자를 지급하는 스테이킹(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SEC가 증권으로 분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앞서 ‘테라·루나 사태’를 야기한 테라(USTC)는 1년 전 시장점유율 4위(8.4%)까지 올랐지만 실제 담보가 없는 알고리즘 형태 구조여서 디페깅(가치 연동 실패)이 발생한 후 사실상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다. 준비금 없이 프로그램만으로 페깅이 가능하다고 알린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뉴욕 검찰로부터 증권 사기와 시세조작 등 8개 혐의로 기소됐으며 전날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됐다.

이처럼 경쟁자들이 스스로 무너지면서 USDT 독주 체제가 형성됐지만 USDT 역시 100% 안전하지는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테더홀딩스의 지분 86%를 금융업과 관련 없는 아역 배우 출신 투자자, 성형외과 의사, 전자제품 판매업 종사자, 변호사 등 4명이 보유했다고 보도하며 “USDT를 취급하기에는 금융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특이한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테더의 준비금 내역이 투명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더는 웹사이트에 준비금 현황을 공개하지만 공식적으로 회계감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USDT는 당분간 건재할 것으로 분석된다. 코인평가사 쟁글은 “테더의 지급 준비금이 명확하지 않지만 루나 사태 때 성공적으로 2주간 100억 달러를 문제없이 상환하는 등 시장의 신뢰를 쌓았다”며 “특히 글로벌 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 대부분이 USDT로 이뤄져 당분간 시장 내 입지가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잇단 문제가 드러나면서 각국의 규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내년 시행될 예정인 유럽연합(EU)의 암호화폐 법안 미카(MiCA)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발행량 등을 규정한다. 미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발의자 팻 투미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 달러를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실물경제에 널리 쓰일 것”이라며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예리·최재헌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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