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탈중앙화거래소(DEX) 이용 내역을 두고 다양한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 DEX에서 시세 조종을 할 경우 손해를 볼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호가창이 있는 중앙화 거래소와 다르게 DEX는 구조상 불법 시세 조종 수법인 통정거래를 하기 어렵고, 슬리피지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김 의원은 DEX인 클레이스왑을 이용해 클레이페이에 거액의 금액을 투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위믹스(WEMIX) 51만 여개를 클레이페이(KP) 59만 여개로 바꿨다. 당시 시가로 위믹스 36억원어치를 넘기고 받은 클레이페이 등 가치는 21억원어치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 행태를 두고, 일각에선 김 의원이 클레이페이 가격 조작에 연루됐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이에 검찰은 최근 클레이스왑 개발사 오지스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DEX에서 시세 조작을 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주식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부르는 가격이 일치할 경우 거래가 성사된다. 이에 사전에 짜고 특정 가격에 거래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하는 통정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반면 DEX는 보통 호가창이 따로 없고, 자동화마켓메이커(AMM, Automated Market Maker)라는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AMM은 수학 공식에 따라 자산 가격을 책정하는 알고리즘으로, 각각의 DEX마다 다양한 AMM 프로토콜을 채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전문가는 “처음 AMM을 만들 때부터 가격 조작을 설계하지 않는 이상 이미 AMM이 작동하고 있는데 한 개인이 시세 조종을 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DEX에서 가격을 조종하려면 슬리피지 등 프라이스 임팩트(Price impact)가 발생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슬리피지는 사용자가 원하는 가격과 다른 가격으로 거래가 체결됐을 때 발생하는 비용을 뜻한다. 그는 “AMM 방식에선 가격을 바꾸기 위해 드는 비용이 시세 조종으로 얻는 이득보다 크다”며 “DEX에 유동성이 공급된 이후 가격을 조정하려고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도 “이미 유동성이 어느 정도 형성된 상황에서는 DEX에서 시세 조종이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유동성 풀에 개입이 가능하다면 가격을 조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첫 유동성공급자(LP)가 유동성 공급과 제거를 반복하거나, 공급된 유동성이 조작됐거나, LP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들어왔다면 시세 조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김 의원도 클레이페이 LP로 참여했지만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김 의원의 투자 행위를 일반적 투자 행위라 보기 어렵다는 데 공감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이슈가 되는 케이스는 거래 과정만 보면 슬리피지가 과도하게 발생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거래”라며 “목적이 있다면 슬리피지를 충분히 감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용을 감수하고 가격을 올려도 이를 DEX에서 되팔고 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내부정보가 있었거나 슬리피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투자 수익을 이미 거뒀기에 성급한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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