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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가상자산 현물ETF'···기관 뭉칫돈 몰리나 [블록체인 NOW]

■가상자산 ETF 출시 봇물

"시세조종 우려" 10여년간 12건 퇴짜

시장 거래·결제·고객식별정보 공유한

최근 블랙록 현물 ETF엔 승인 기대감

선물대비 수수료·변동성 낮아 기관선호

피델리티 등 다른 운용사도 출시 잇따라

레버리지·월배당 상품 등 라인업 확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가상자산 업계는 물론 전통 자본시장까지 들썩이고 있다. 앞서 출시된 비트코인 선물 ETF들과 달리 이번 상품은 ‘블랙록’이라는 이름값이 더해진 데다 선물 대비 수수료가 저렴하고 시세가 곧바로 반영돼 훨씬 더 큰 규모의 기관 자금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록의 출사표를 기다렸다는 듯 피델리티 등 다른 운용사들도 현물 ETF 신청 대열에 합류한 가운데 수익률의 두 배로 움직이는 비트코인 레버리지 ETF가 출시됐고 월배당형 ETF도 심사를 기다리는 등 가상자산 기반 ETF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12전 13기 노리는 현물 ETF=30일 업계에 따르면 SEC는 지난 10여 년에 걸쳐 접수된 가상자산 현물 ETF에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2013년 비트코인 업계 거물을 자처하는 캐머런·타일러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신청한 ‘윙클보스 비트코인트러스트’를 거부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에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나 그레이스케일 등 운용사가 제출한 상품 등 모두 12건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거절했다. 미국 최대 비트코인 펀드를 보유한 투자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부터 SEC와 지난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 SEC의 주된 거절 사유로는 시세조종 가능성이 꼽힌다. 코인베이스나 바이낸스 같은 코인 거래소의 가격을 못 믿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블랙록이 이번에 제출한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는 승인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블랙록은 기존의 비트코인 현물 ETF와 달리 감시 공유 계약 내용을 첨부했다. 외신 코인데스크는 “시장 거래와 결제, 고객 식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시장 조작 가능성을 줄였다”고 평가했다. 블랙록의 ETF 신청 승률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 전망에 힘을 보탠다. 에릭 발추아나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그간 블랙록은 SEC에 총 576건의 ETF 출시를 신청했고 이 중 한 건을 제외하고 모두 승인됐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또 다른 대형 운용사 피델리티를 비롯해 위즈덤트리·인베스코·발키리 등이 잇따라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했다.

◇현물 ETF, 수수료 낮고 ‘장투’ 유리=현물과 달리 비트코인 선물 ETF는 이미 시장에서 한창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SEC는 2021년 프로셰어즈의 비트코인 선물 ETF 비토(BITO)를 시작으로 발키리의 BTF, 반에이크의 XBTF 등을 승인했다. 비토는 최근 시가총액이 10억 달러를 회복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SEC가 유독 선물에 관대한 것은 비트코인 선물 계약이라는 하나의 ‘상품’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 전통 금융 기관의 엄격한 감시 아래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시세조작 위험이 낮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 선물 ETF는 기존 전통 거래소들을 거치는 값을 톡톡히 한다. 선물은 미래 특정한 시기에 현물을 거래할 수 있는 권리다. 이 권리를 사고 파는 셈인데 만기일이 도래하면 더 훗날로 만기를 연장하는 ‘롤오버’라는 조치가 필요하고 이런 과정마다 현물 가격과 차이도 발생하는 한편 수수료도 부과된다. 장기 투자자라면 롤오버 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하고 실물 가격과 가격 차이를 계속 관리해야 하는 이슈가 생긴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 선물 ETF는 단기 트레이더에게는 상관없지만 장기 투자자에게는 가격 오차가 누적돼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레버리지·월배당도…기관 뭉칫돈 기웃=비트코인 선물 ETF를 통해 비트코인에 대한 자금 수요가 확인된 만큼 현물 ETF의 출시는 기관의 투자심리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 특히 연금이나 보험사 같이 장기 투자 수요가 많은 기관의 선호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혜 쟁글 리서치팀장은 “고위험·고수익을 바라지 않는 기관은 거래 비용이 낮고 변동성도 적은 현물 ETF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포함해 최근 다양한 가상자산 기반 ETF가 잇따라 출시되는 점도 주목된다. 이달 말 상장된 볼래틸리티 셰어의 ‘2배 비트코인 전략 ETF(BITX)’는 첫 거래일 550만 달러어치가 거래됐다. BITX는 레버리지 ETF로 CME 비트코인 선물 일일 수익률의 2배에 달하는 투자 수익을 추구한다. 기관 전문 가상자산 관리 서비스를 준비하는 웨이브리지는 미국에 자산 운용사 네오스를 설립하고 지난달 12일 비트코인 선물 기반 월배당형 ETF 신청서를 SEC에 제출했다. 목표 배당수익률은 연 24%다. 대량의 자금을 오랜 기간 굴리는 기관으로서는 주식과 채권을 비롯해 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해 위험을 줄인다. 전통 금융사들이 내놓는 비트코인 ETF는 이런 대체투자 수단으로 제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 센터장은 “2004년 금 현물 ETF가 출시된 뒤 시총이 지금까지 10배 이상 불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지면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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