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리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기나긴 법적공방 결과 핵심 쟁점에서 승리를 거뒀다. 가상자산 업계가 SEC를 상대로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이날 리플 가격이 75% 이상 급등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기지개를 켰다.
1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연방지방법원 애널리자 토레스 판사는 “리플이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될 때는 증권으로 봐야 하지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될 때는 증권이 아니다”라며 “일반 투자자에게 리플 토큰(XRP)을 판매할 때는 연방 증권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할 때는 연방 증권법을 적용하지만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는 미 SEC의 규제에서 훨씬 자유로워진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토레스 판사는 “리플 구매자들이 리플의 노력에 따른 합리적인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며 대부분 ‘눈먼 거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SEC가 2020년 12월 리플이 법이 지정한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며 리플 발행사인 리플 랩스와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랩스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리플이 2년 7개월 간 법적 공방을 벌이는 동안 가장 큰 쟁점은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하는 리플 토큰의 증권 취급 여부였다. 이는 리플랩스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업계 전반이 법적 공방 결과에 따라 사업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로 판단됐다. 리플랩스는 리플을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리플에게도 큰 승리이지만 미국 전체 가상자산 업계로 봤을 때는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판결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 플랫폼들도 XRP 거래를 다시 취급하기 시작했다. 코인베이스는 “토레스 판사의 판결을 검토한 결과 다시 거래 목록에 취급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공지했다. 이날 코인베이스 주가도 덩달아 24% 상승 마감했다.
다만 SEC 또한 부분적인 승리를 거뒀다. 법원은 리플 랩스가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한 7억2890만 달러의 XRP 거래를 두고 정식 등록되지 않은 증권 판매로 규정했다.
- 실리콘밸리=정혜진 기자
- made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