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 코드 미리 준비해 주세요.”
공연 입장 시간, 가방에서 주섬주섬 실물 티켓을 꺼내는 대신 직원 안내에 따라 스마트폰을 들었다. 콘크릿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사전 예약한 공연의 QR 코드 화면을 켰다. 직원이 QR 코드를 스캔하면 곧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체감상 0.5초도 걸리지 않는 신속한 절차다.
지난 17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현대카드 구역 일대에서 열린 ‘2023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행사에 방문했다. 다빈치모텔은 지난 2019년 현대카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지난 2022년에 이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멜로망스·잔나비 등 아티스트를 비롯해 김익한 기록학자·윤애리 패션 스타일리스트 등 다방면의 유명 인사가 참여해 공연과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점은 티켓을 NFT로 팔았다는 점이다. 다빈치모텔 표를 사기 위해선 먼저 현대카드·멋쟁이사자처럼의 합작사 모던라이언이 개발한 NFT 마켓플레이스 콘크릿을 설치해야 한다. 앱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폴리곤 기반 콘크릿 지갑으로 NFT가 들어온다. 이후 현대카드 다이브 앱에 들어가 콘크릿 지갑 주소를 연결해 인증한다. 인증 후 다이브 앱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다. ‘콘크릿 지갑 주소 연결’이라는 절차가 블록체인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앱 연동이 수월해 터치 몇 번으로 금방 연결이 가능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실제 예약 과정에서 고객 불편 사항이 접수된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입장할 때는 콘크릿 앱을 열고 다빈치 모텔 예약권 NFT를 누르면 자동으로 예약한 프로그램 명이 뜬다. 입장 시간에 이르면 QR 코드가 활성화되는데, 이 QR 코드는 30초마다 바뀐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QR 코드 화면을 캡처해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간 NFT를 티켓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활성화된 경우는 드물었다. NFT 홀더를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에 참여해도, 보유한 NFT 화면을 보여주고 수기로 명단에 사인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인증 절차에 NFT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던 셈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공연 티켓을 NFT로 판매하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소량이었다. 사전 티켓을 모두 NFT로 팔며 대중화에 나선 현대카드와 모던라이언의 협업에 업계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모던라이언 관계자는 “다빈치 모텔 홍보 시점부터 실제 행사가 진행된 약 한 달 동안 콘크릿 앱 사용자는 약 4만 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티켓 NFT 대중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이처럼 티켓 NFT를 도입하면 암표상의 사재기를 차단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선 1인당 티켓을 하나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사람이 동행의 티켓을 한꺼번에 대신 구입할 수 없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골고루 공연 참석 기회가 분배된다는 장점이 단점을 상쇄한다. 다빈치 모텔처럼 시간 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경우에도 티켓 NFT의 활용도가 높다. QR 코드가 입장 시간에 맞춰 활성화되기에 관람객은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주최측 입장에서도 안전하게 많은 사람을 안내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종이 티켓을 발부하지 않아도 돼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모던라이언은 앞으로도 다양한 공연에 티켓 NFT를 도입해 대중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스마트폰 속 티켓 NFT만으로 공연장에 입장하는 모습이 앞으로 점점 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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