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처음으로 NFT 제재 조치에 나섰다. 다양한 알트코인을 증권으로 지목하며 논란을 야기한 SEC가 이번엔 NFT로 발을 뻗었다.
SEC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본사를 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 임팩트 띠어리(Impact Theory)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하고 벌금 600만 달러(약 79억 4100만 원)를 부과했다. NFT를 팔아 미국 전역 투자자를 포함해 수백 여 명의 투자자로부터 약 3000만 달러(약 396억 8400만 원) 규모 자금을 모았다는 혐의다.
임팩트 띠어리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창업자 키(Founder’s Keys) NFT를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차세대 디즈니가 되려 노력하고 있고, 성공할 경우 상당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홍보한 점이 문제가 됐다. SEC는 이러한 발언이 투자자들에게 NFT 구매가 사업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을 줬다고 판단했다. SEC가 임팩트 띠어리가 판매한 NFT를 투자계약 증권, 즉 유가증권으로 보는 논리다.
그러나 SEC의 해석을 두고 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디크립트는 “사실이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성공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문구가 투자 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SEC 위원과 마크 유에다(Mark Uyeda) SEC 위원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피어스 위원은 친(親) 가상자산 성향으로 ‘크립토 맘’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임팩트 띠어리가 판매한 NFT는 “회사의 주식이 아니었고, 구매자에게 어떠한 유형의 배당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일반적으로 시계·그림이나 수집품 등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향후 브랜드 가치를 높여 상품의 재판매 가치를 올리겠다는 모호한 약속을 한다고 해서 이들을 제재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를 테면 SEC는 그간 미술품 시장이나 명품 거래를 규제한 적이 없다. 그런데 NFT를 활용했다고 해서 갑자기 SEC가 예술 프로젝트, 디지털 수집품, 멤버십 등을 규제할 수 있을까. 이번 SEC 조치가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피어스 위원과 유에다 위원은 “NFT가 구매자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할 수 있어 특정 자산으로 분류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NFT 및 블록체인 규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제레미 골드만(Jeremy S. Goldman) 변호사는 “단지 예술 작품이나 수집품을 판매하는 NFT 프로젝트가 있다”면서 “만약 SEC가 이들 프로젝트에 대해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 전했다. SEC가 NFT까지 제재하려고 든다면 복잡한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전세계적으로 NFT의 법적 지위는 모호한 상태다. 세계 최초로 마련된 유럽의 가상자산 관련 단독 법안 미카(MiCA)에도 NFT는 제외됐다. 과연 이번 SEC의 조치가 NFT의 법적 지위 정립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일이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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