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대표주자인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을 합치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김종협 파라메타 대표는 ‘투명성’이 강점인 블록체인을 통해 AI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파라메타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개인정보 보호·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웹사이트 이용자는 블록체인을 통해 본인의 데이터가 어디서, 어떻게 유통되는지도 투명하게 확인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라메타는 국내 1세대 블록체인 기술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엔진 ‘루프체인’과 코어 기술을 통해 분산ID(DID), 지갑,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등 여러 웹3 분야에 기술을 제공했다.
파라메타는 올해 블록체인 업계의 핵심으로 ‘블록체인과 AI의 결합’을 꼽았다.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활용해 AI가 학습한 데이터 정보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이전까진 챗GPT 같은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알 수 없어 (AI가 내놓은 결과를) 그대로 믿어야만 한다. 하지만 데이터 학습을 담당하는 AI 신경망을 블록체인과 연결하면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알 수 있다”며 “AI가 데이터를 일정 횟수만 학습하거나, 성인물과 같은 데이터는 학습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가 AI에 데이터를 제공하면 토큰을 보상으로 줄 수도 있다. AI는 데이터를 많이 학습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토큰 보상이나 이를 위한 기여도 측정은 블록체인에서 이미 연구가 많이 이뤄져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 시장에도 관심을 보였다. 최근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은 이용자의 웹사이트 방문 기록, 체류 시간 등을 기록한 ‘쿠키’ 추적을 제한하는 추세다. 일종의 이용자 데이터인 쿠키는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됐는데, 기업이 쿠키를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유통하는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김 대표는 “이젠 기업이 이용자 정보를 직접 얻어야 하므로 CDP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이용자가 데이터를 스스로 유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라이버시는 정보를 무조건 감추기보다 원하는 상대에게만 공개하는 것”이라며 “블록체인은 개인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통제하기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용자가 쉽게 사용·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올해는 민간 기업이나 이용자가 블록체인에 쉽게 다가가고 불편한 점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그러려면 지갑이나 브릿지 기술 등을 사용자 눈높이에 맞춰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일환으로 파라메타는 지난해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블록체인 기반 전기차 배터리 잔존 수명 인증 사업을 소비자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소비자가 직접 배터리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며 “전기차 배터리·운행 데이터를 보험사 등에 유통하는 사례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파라메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코리아 블록체인 트러스티드 프레임워크(KBTF)’를 통해 지방자치단체들과도 협업할 계획이다. KBTF는 과기부가 공인한 일종의 서비스형 블록체인(SaaS) 플랫폼으로, 지자체는 블록체인 기업이 KBTF에 등록한 기술을 조달청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파라메타도 올해 KBTF 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자체는 대부분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사용해 블록체인 사업 비용이 많고 장기 계획 수립도 어렵다”며 “정부 인증을 받은 블록체인을 쉽고 싸게 이용하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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