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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 기대에 '무더기' 공약···업계 "공수표 우려"

<가상자산 포퓰리즘, 고사하는 업계>①

총선 앞두고 '복사판' 공약 쏟아낸 여야

과거 선거 공약과 겹쳐…실행은 미비

ICO 허용·네거티브 규제 등 과제 산적

"고민 흔적 없이 대중 반응만 고려"

출처=셔터스톡


※편집자 주-정치인들의 모든 공약이 실현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약속을 실현하는 것이 훌륭한 정치인의 덕목이기도 합니다. 가상자산 시대의 초입, 국내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관련 공약이 쏟아지지만 선거철에 잠시 이슈가 될뿐, 정작 실제 정책으로 발전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산업 육성을 뒷받침할 정책과 제도를 절실히 기다리는 업계에서 ‘공수표 아니냐’는 반응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어떤 공약이 제시됐는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은 아닌지, 공약이 현실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시리즈로 짚어봅니다.

정치권이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최근 가상자산 공약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다만 과거 선거에 등장했던 공약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대부분은 선거 기간에 반짝 화제를 모았을 뿐 이후 제대로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 공약들이기도 하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공수표’가 재차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싸늘한 반응이 돌아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국내 금융당국이 금지한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공적 기관의 심사를 거쳐 가상자산 발행(ICO)이 이뤄지도록 ‘블루리스트’ 제도를 도입하고, 가상자산 매매수익의 공제한도를 현행 25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올리기로 했다.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고 토큰증권(ST) 관련법도 조속히 통과시킬 예정이다.

대부분 가상자산 업계의 ‘숙원 과제’로 꼽히는 정책들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도 가상자산 과세를 2년 동안 유예하는 공약을 검토 중이다. 가상자산 산업 진흥을 위해 ‘디지털자산 진흥 전담위원회’도 설치한다. 올해 가상자산 불장에 대한 기대가 커진 만큼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행보다.

더불어민주당의 가상자산 관련 공약./출처=더불어민주당


그러나 국회가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열풍이 일던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상장 준비·해외 진출 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더불어민주당도 신기술·산업 분야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금지된 행위 외에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 분위기가 좋아진 2021년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각종 가상자산 공약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매매수익 과세 한도 5000만 원 상향 △국내 ICO 허용 △대체불가토큰(NFT) 시장 육성 △가상자산 부당거래 수익 환수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도 ICO 허용과 가상자산 비과세 공약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21대 총선 공약이 거의 복사판처럼 재등장한 셈이다.

이러한 가상자산 공약들이 선거 후 바로 잊혀진 것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이후 국정과제 발표에서 “가상자산 시장은 규제 걱정이 없도록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가상자산 시장 육성에 관심을 보이자 당시 업계는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국정과제에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가 공식적으로 담겨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진전은 없었다. 제20대 대선 이후 ICO 허용은 논의되지 않았고 산업진흥기구를 마련하겠다는 공약은 금융위원회 산하 정책자문기구를 설립 정도만 이끌어냈을 뿐이다. 여전히 네거티브 규제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이 대다수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공약은)현물 ETF 허용, 국회의원 가상자산 거래 금지 등 깊은 고민의 흔적 없이 대중의 반응만 고려한 ‘심플’한 공약 같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그간 당정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번 공약도 공수표일 것이란 냉소가 만연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집권한 지 꽤 됐지만 제대로 이행된 공약이 없다 보니 ‘공염불’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국내 시장이) 글로벌 흐름을 쫓아가려면 현물 ETF 허용도 진작 논의가 돼야 했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ICO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잘 모르겠다. 공수표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재헌 기자
chsn12@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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