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담당 인력 증원을 요청했다. 올해 대거 시행될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가상자산을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들이기 위해서다. 그동안 정부 부처에 가상자산 전담 인력이 적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이번 증원에 대해 업계에선 긍정적인 기대도 엿보인다. 다만 인력 증원은 행정안전부의 결정 권한이라 증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4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행안부에 가상자산 담당 인력 증원을 요청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가상자산검사과의 인력 증원 내용을 담은 수시직제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검사과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수리, 자금세탁방지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수시직제는 이미 확정된 예산을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추가경정예산’과 비슷하다. 행안부의 2024년도 정부조직 관리지침에 따르면 정부 부처는 신규 인력이 필요하면 행안부에 다음 연도 인력을 늘리는 ‘정기직제’를 요청한다. 당해 정원 조정이 시급하고 인력 재배치가 힘들면 수시직제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수시직제 요청은 핵심 국정 과제, 업무에 큰 변화를 주는 법률 제·개정 등 시급한 현안이 있어야 한다. 유상엽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년도에 계획을 세워 정기직제로 정원을 확정했으나 시급한 이유로 인력이 필요하면 수시직제로 보강할 수 있다”며 “공무원은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워 정기직제를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에 수시직제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IU가 가상자산 인력 증원에 나선 이유는 올해 가상자산 관련 규제들이 대거 시행되기 때문이다. VASP 신고 요건을 추가하고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시행령 개정안 시행이 대표적이다. 수시직제 요청 요건인 ‘업무에 큰 변화를 주는 법률 제·개정사항 등’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 외에도 미영업·신고 사업자 감시, VASP 갱신 신고 심사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지만 가상자산검사과 정원은 지난 1월 기준 7명에 불과했다.
FIU는 지난해 가상자산 의심거래보고(STR) 건수가 1년 사이 49% 급증하자 지난 2월 가상자산 분석 전담 인력을 보강하고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감독원도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대비해 지난 1월 가상자산 전담 부서인 가상자산 감독·조사국을 출범했다.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인력을 늘려 가상자산을 본격 제도권에 들이겠다는 의도다.
정부의 가상자산 인력 증원 요청에 대해 업계에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담당 인력이 적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었다”며 “업계 관련 인력이 늘어난다면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커진다는 의미인 만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계에 새로운 법령이 적용되는 경우 연착륙이 잘 돼야 한다. 인력이 늘어난다면 업계와 충분한 소통을 거쳐 기민한 대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FIU의 계획대로 증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수시직제 신청·승인 요건이 제한적이고 행안부가 수시직제 요구를 최소화 하도록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기본적으로 모든 정부 조직은 인력을 늘리고 싶어 한다. (인력 증원 여부는) 행안부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직제 변경에 대해 논의 중인 경우 진행 상황에 대해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덧붙였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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