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에서 이어집니다)
“다른 업체에서 정보를 빼돌렸습니다. 지금부터 방 이동합니다.”
기자가 코인 리딩방에 잠입한 지 2개월. 이른 아침부터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다른 리딩방에서 코인 리딩 정보를 빼돌리고 있으니 리딩방을 새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리딩방 운영자는 방 이동을 위해 담당자와 소통할 수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 주소만 남기고 사라졌다.
얼마 뒤 텔레그램 방에도 “정예 회원만 모시겠습니다. 몇 자리 안 남았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리딩방을 옮긴 이용자가 적어서인지 리딩방 운영자의 조급한 기색을 휴대전화 화면 밖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유혹은 계속됐다. 이들은 여전히 “더 이상 고집부리면 안 된다”며 선물 거래를 강요하고 한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이벤트를 하는 해외 미신고 거래소를 이용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리딩방 운영자와의 소통 창구는 한 달이 지나도 열려있었다. 기자도 리딩방을 옮기기 위해 운영자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른 연락처로 소통을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에도 수많은 가상자산 정보가 올라오던 리딩방이 한순간에 버려졌다.
전문가들은 리딩방 참여자에게서 더 이상 큰 수익을 내기 어려워 리딩방을 새로 만드는 전형적인 ‘물갈이’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도 해외 미신고 거래소에 회원 가입만 하고 선물 거래를 하지는 않았다. 유료 리딩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유령 회원이 늘어나자 일명 ‘충성 고객’들만 데리고 리딩방을 옮겨가는 셈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평소에 협조적이고 수익이 되는 핵심 인력만 데리고 나가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며 “리딩방 담당자도 기존 연락처를 없앴을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리딩방을 주기적으로 옮기는 이유는 또 있었다. 리딩방 피해자의 고소·고발을 피해 수사기관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황 교수는 “고소·고발 당해도 대부분 무혐의로 처분받을 확률이 높지만 경찰서를 출입하는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된다”며 “리딩방 피해자들이 고소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미리 꼬리를 자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리딩방 단속을 강조하면서 본인들도 ‘위태롭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런 (꼬리 자르기) 경향은 더 강해졌다”고 전했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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