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5대 원화 거래소 간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 협의체(닥사, DAXA)가 관련 공익 광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회원사 간 알력 다툼이 불거졌다는 후문이다. 광고비를 많이 낸 업비트·빗썸 위주로 광고가 제작되면서 나머지 3개 거래소(코인원·코빗·고팍스)가 크게 반발했다. 특히 한때 빗썸과 어깨를 견줬던 코인원이 앞장서 유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닥사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광고 초안을 확인하고 5대 거래소 대표들에게 유감을 전했다. 광고 초안에 업비트·빗썸 로고만 담았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장문의 메시지를 통해 닥사 탈퇴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최종안에는 나머지 3개 거래소 로고도 추가됐지만, 업비트·빗썸보다 작은 크기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한 달 간 진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광고 캠페인 예산 규모는 70억 원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비트와 빗썸이 광고비 대부분을 부담했다. 나머지 3곳도 광고비를 일부 부담했으나 적은 금액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거래소 관계자는 “객관적 규모로 보면 적은 금액이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지출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5월 기준 업비트·빗썸의 국내 시장 합산 점유율은 98%에 육박한다. 사실상 2대 거래소 체제다. 코인원·코빗·고팍스는 2022년부터 2년 연속 적자 늪에 허덕이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광고비를 분담했는데, 업비트·빗썸 위주로 광고가 제작되자 불만이 터져나온 셈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3개 거래소 로고 크기가 작은 것도 이상하다”면서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업비트·빗썸과 아이들’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거래소들 사이에서는 업비트보다 빗썸에 대한 견제가 더 치열한 분위기다. 최근 빗썸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30%대까지 높였기 때문이다. 2위 자리를 노리던 경쟁사들은 자꾸 벌어지는 격차에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달 25일 닥사는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석우 두나무 대표의 닥사 의장직 연장안을 확정한 바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빗썸이 닥사 의장 자리에 앉는 건 3개 거래소 모두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빗썸이 지금보다 더 닥사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 나머지 거래소 입지가 더욱 좁아질까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양강 구도에 흔들림이 없는 한, 거래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 모델을 모색할 규제 기반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거래소 간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도예리·김정우·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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