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국내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글로벌 STO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4년 전 신속하게 STO 법제화가 이뤄진 덕분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던 일본 전통 금융사들이 다양한 STO 서비스를 내놓으며 일본 내 토큰증권 누적 발행액은 이달 기준 1400억 엔(약 1조 2686억 원) 규모로 불어났다.
토큰증권 2차 거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이를 위한 거래소도 만들어졌다. 일본 대표 금융기관 SBI와 SMFG가 합작 설립한 디지털자산 특화 대체거래소(ATS) 오사카디지털자산거래소(ODX)다. ODX는 지난 2023년 12월부터 토큰증권 전용 거래 시스템 ‘스타트(START)'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디센터와 만난 미카즈키 기미오 대표는 "수익성 측면에서 2차 거래소 설립이 이르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SBI는) 블록체인이 전통 금융 영역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ODX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미카즈키 대표는 SBI증권 출신으로, 지난 2021년부터 ODX를 이끌고 있다. SBI홀딩스 디지털스페이스오피스 총책임자를 겸임하고 있기도 하다.
토큰증권 거래를 개시한 지 1년째를 맞은 ODX는 지금까지 총 6개의 토큰증권 상품을 상장했다. 현재까지 상장된 상품은 모두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미카즈키 대표는 부동산 토큰증권이 일본 토큰증권 발행·2차 거래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ODX에선 하루 평균 200만 엔(약 1815만 원)에서 250만 엔(약 2269만 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실거래 투자자 수는 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거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토큰증권 2차 시장에 대한 수요는 점차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토큰증권 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이들을 위한 2차 시장의 존재가 필수적이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토큰증권 규제 환경에 대해 미카즈키 대표는 “명확하면서도 엄격하다”고 표현했다. 일본은 STO에 대해 기존 금융기관·거래소 수준의 증권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STO를 진행하기 위해선 증권 발행 및 공모의 자격을 갖춘 증권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는 “새로운 종류의 토큰증권을 발행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법률 검토와 컴플라이언스 비용”이라고 전했다.
최근 ODX의 최대 목표는 토큰증권 상장을 늘리는 것이다. ODX는 현재 거래되고 있는 부동산 토큰증권 외에도 회사채 기반의 토큰증권 상품들을 상장할 계획이다. 하나의 토큰증권 상품이 다수 거래소에 교차 상장되는 미래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각국의 상이한 증권 규제 문제를 먼저 풀 필요가 있다. 최근 부산의 실물연계자산(RWA) 거래소 ‘비단’을 비롯한 5개 아시아권 거래소와 아시아 디지털자산거래소 얼라이언스(ADEA)를 출범한 것도 규제 공동 대응을 위해서다. 그는 “토큰증권의 교차상장이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차상장이야말로 블록체인 증권 거래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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