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회에서 입법이 무산된 토큰증권발행(STO) 법안이 재발의된 가운데 토큰증권 사업자들은 내년 상반기 혁신금융서비스(혁금) 지정 기간 만료를 앞두고 법안 통과 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 카사를 인수한 대신증권은 당시 ‘오버밸류’로 평가될 정도로 비싼 인수 대금을 감수한 만큼 2년 만에 카사 운영이 만료될 경우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로부터 혁금 지정을 받아 사업을 영위 중인 토큰증권 플랫폼들의 혁금 지정 만료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혁금은 토큰증권과 같이 아직 규제가 정비되지 않은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제도다. 혁금 사업자들은 최대 4년간의 사업 기회를 부여받는다. 만약 기간 만료 전까지 관련 규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당국에 규제개선을 요청해 1년 6개월의 규제개선 기간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최대 5년 6개월간 영업이 가능하다.
이날 기준 토큰증권 관련 혁금 사업자는 총 7곳이다.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 카사·소유·펀블과 음악 저작권료 토큰증권 플랫폼 뮤직카우 등은 개인 투자자 대상으로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19년 12월 가장 먼저 혁금 사업자로 지정된 카사의 혁금 기간은 이미 지난해 12월 만료됐다. 다만 당국이 카사의 규제개선 요청을 받아들이며 내년 6월까지 규제개선 기간에 돌입한 상태다. 규제개선 기간 이후 카사가 혁금 사업자로서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돼있지 않다. 또 다른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 소유와 펀블도 각각 내년 4월과 5월 혁금 지정 기간이 만료된다.
내년 상반기 전에 STO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토큰증권 플랫폼 상당수가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빠진 셈이다. STO 법제화를 위해 지난달 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번 국회에서의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금융위가 STO 법제화를 선언하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음에도 입법 논의가 밀리며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이 마련되고 시행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법안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
운영 만료를 앞둔 토큰증권 사업자들은 입법 향방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상당한 자금을 들여 카사를 인수한 대신증권은 2년 만에 카사 서비스를 닫아야 할 경우 부담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카사 인수 대금은 약 200억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선 STO 법제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창 높은 시기에 인수가 진행되며 기업 가치가 오버밸류 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대신증권 이사 출신의 홍재근 대표를 비롯해 본사 인력 3명을 카사 경영진에 투입하는 등 인적 투자도 진행했다.
그러나 대신증권이 카사 인수를 통해 거둬들인 시너지 창출 효과는 투자 비용 대비 기대 이하다. 현재 두 업체는 계좌 연동 외엔 별다른 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한 토큰증권 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 플랫폼들은 혁금 연장 등의 권한을 가진 금융위 관리 하에 운영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기에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며 “대신증권이 카사 인수 이후에 시너지 낼 방안이 마땅치 않아 인수를 후회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신증권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사는 상반기 31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대비 약 26% 늘어난 규모다. 인수 이후 영업손실이 오히려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만약 STO 법제화가 지연돼 카사 운영이 6개월 후 중단될 경우 투자금 회수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인수에 앞서 카사의 혁금 기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며 “토큰증권 법제화 현황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카사 관계자는 “당국도 토큰증권 사업자들의 혁금 기간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 시기가 늦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국이 지정한 혁금 사업자들의 연착륙을 지원하고 싶어하는 것”이라면서도 “만약 혁금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신탁법 등에 기초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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