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정책 발언과 맞물려 주요 기술 지표가 약세로 전환됐다.
10일 코인데스크는 주간 차트에서 이동평균수렴발산(MACD)의 히스토그램이 0선 아래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히스토그램이 0선 위에 있으면 상승 동력이, 아래에 있으면 하락 압력이 더 크다는 의미다. 이 지표는 지난해 10월 중순 강세 전환되며 BTC 가격 7만 달러 돌파를 성공적으로 예고한 바 있다.
다만 현재 BTC 가격이 9만 5000달러에서 10만 달러 사이에서 좁은 박스권 장세를 보이고 있어 당장 약세 전환을 우려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코인데스크는 “MACD 등 기술적 지표는 가격 움직임의 결과물이지 가격을 이끄는 요인이 아니”라며 “약세 신호가 실제 의미를 가지려면 가격 하락이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 큰 위험 요인은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주 후반 추가 금속 관세도 발표할 예정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EU산 수입품 전반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이다.
이미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세 위협이 경제 내 물가 압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에 이미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1월 3.3%에서 2월 4.3%로 급등해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물가 전망을 보여주는 2년물 인플레이션 스왑 금리도 2.72%로 새로운 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이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위험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처럼 높아진 물가 상승 우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요인이다. 거시경제 분석 뉴스레터 '매크로 컴패스'의 알폰소 페카티엘로는 "시장은 연준이 장기 관망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경제성장이 견조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2%로 하락하더라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2일 발표되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의 주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BTC가 9만 달러 선이 무너질 경우 MACD의 약세 신호가 현실화되며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10일 오후 5시 28분 코인마켓캡 기준 BTC는 전일 대비 0.47% 오른 9만 7688.8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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