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상자산을 '억압된 산업'에서 '국가 전략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 가상자산 업계가 크게 환영하고 있다. 백악관에서 열린 크립토 서밋과 비트코인(BTC) 보유고 설립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정책 우선화 의지를 보여주는 실질적 조치라는 평가다.
크리스 마르자렉 크립토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에서의 진정한 역사적 날"이라고 밝혔다. 이날 열린 트럼프 대통령 주재 크립토 서밋에 참석한 뒤 마르자렉 CEO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및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은 주요 규제기관들과의 지속적 대화가 획기적 법안 통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크립토닷컴은 코인마켓캡 기준 전세계 13위 가상자산 거래소다.
이번 크립토 서밋은 스테이블코인 법안과 시장 구조 법안(Market Structure bill)이 미 의회 승인을 기다리는 가운데 열렸다. 시장 구조 법안은 지난해 5월 하원을 통과한 '21세기 금융혁신법안(FIT21)'을 기반으로 제정될 방침이다. 이 법안에는 디지털 자산 정의, 규제 감독기관 지정 등이 포함됐다.
마르자렉 CEO는 "이러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수립되면 그 영향은 전 세계에 미치게 될 것"이라며 "해외 활동을 국내로, 오프체인 활동을 온체인으로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명확한 규제가 마련되면 해외로 떠난 가상자산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전통 금융에서 이뤄지던 거래가 블록체인으로 옮겨가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이 같은 정책 변화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올해 미국 내에서 1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50일 만에 미국 투자와 사업 성장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SEC가 코인베이스에 대한 규제 위반 혐의 조치를 포기한 것도 긍정적 신호다. 코인베이스는 그간 디지털 자산 규제 관할권을 놓고 연방 법원과 법적 공방을 이어왔다. 이제 이 쟁점은 법원이 아닌 의회에서 법률로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개별 사례에 따른 법원 판결보다 의회의 포괄적 법안을 통해 더 명확한 규제 환경 속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암스트롱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보유고 설립 행정명령에 적극 지지했다. 그는 "비트코인 보유자로서 미국 정부보다 더 좋은 보유자는 없다"며 "비트코인은 금융 시스템의 핵심이 되고 있으며, 모든 다양화된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비트코인 보유고는 정부 형사 사건에서 몰수된 가상자산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보 하인스 대통령 디지털 자산 실무그룹 사무총장은 적극적인 비트코인 구매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하인스 사무총장은 "재무부와 상무부 장관들이 납세자 부담 없는 비트코인 구매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두 장관 모두 이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고, 우리는 그 약속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고 있다”면서 크립토 서밋의 의미를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비트코인 보유고 계획을 가상자산이 글로벌 금융 체계로 편입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비트코인 금융 서비스 기업 언체인드의 시장 연구 책임자 조 버넷은 "미국이 비트코인을 글로벌 금융 구조에 통합하는 첫 실질적 단계를 밟았으며, 비트코인이 더 안정적이고 건전한 통화 시스템의 기초 자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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