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과 달리 추석 연휴에도 가상화폐 거래가 24시간 이어지면서 주요 가상화폐 가격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대장주인 비트코인(BTC)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단기 조정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글로벌 투자은행을 비롯한 주요 기관에서는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7일 가상화폐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5분 기준 BTC는 24시간 전보다 0.71% 올라 개당 12만 4788.05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한 때 BTC는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역대 최고가인 12만 6279.63달러를 기록했다. BTC는 8월 중순 고점을 기록한 후 단기 조정을 거치다 지난달 말부터 재차 상승 탄력이 붙었다. 전날 12만 5000달러선을 터치하며 종전 최고가를 돌파한 뒤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꾸준한 자금 유입과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미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유로화 역시 프랑스에서 최근 고조되는 정치적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아 불안정한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막대한 부채가 점점 쌓여가고 있다는 점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BTC 가격이 아직도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며 낙관론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가상화폐 애널리스트 크레디불 크립토는 BTC가 10만 8000~11만 8000달러 구간으로 조정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해당 구간으로 하락할 경우 오히려 좋은 기회”라며 "15만 달러 이상을 향한 다음 단계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2일 보고서에서 “BTC는 여전히 금에 비해 과소평가돼 있다”며 목표가를 16만 5000달러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ETF 유입세가 지속되고 금-BTC 간 자본 이동이 이어질 경우 BTC의 시가총액이 지금보다 40% 이상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역시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제프리 켄드릭 이코노미스트가 이끄는 전략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BTC는 조만간 새로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며 단기 목표가를 13만 5000달러, 연말 목표가는 20만 달러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ETF 유입세와 반감기 이후 공급 축소 효과가 맞물려 BTC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주요 국가들의 부채 증가에 따른 재정적 우려가 커지면서 통화가치 하락에 대비한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달러화 등 기존 주요국 통화가 아닌 BTC와 금, 은 등 이른바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가격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 경고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 수석 상품전략가는 “BTC는 장기적으로 ‘디지털 금’으로의 지위를 굳혀가고 있다”면서도 “만약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는다면 가상화폐 시장이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그룹도 이달 초 발표한 리포트에서 비트코인 연말 목표치를 기존 13만 5000달러에서 13만 3000달러로 소폭 낮췄다. 보고서는 “강달러 지속과 금리 불확실성이 단기 상승 모멘텀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이날 4% 넘게 올라 코인베이스를 기준으로 4723달러대에 거래됐다. 이 밖에 엑스알피와 솔라나 등 주요 가상화폐들 역시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상승 전망에도 가상화폐 급등 국면에서의 변동성 확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코인베이스 산하 가상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빗 책임자 장-다비드 페키뉴는 "지금부터는 변동성 급등이나 풋옵션 거래량의 변화를 단기 조정의 경고 신호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데이터분석기업 알터너티브닷미의 공포탐욕지수는 70포인트로 ‘탐욕’ 상태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를 의미하며 100에 가까울수록 시장 과열을 나타낸다.

신중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