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이스 레이팅스(Weiss Ratings)가 발표한 최초의 암호화폐 신용등급 평가를 놓고 시장의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암호화폐와 초기코인공개(ICO) 신용평가기관이 국내외에서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거래소를 통한 매매는 물론 구체적인 기술이나 시스템을 내놓기 전 비전과 계획만을 공개하는 초기 코인 공개(ICO) 단계부터 투자할 수 있지만 정작 각 암호화폐의 특징 등 투자 정보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전문 암호화폐 평가 서비스가 확산되면 투자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얻게되는 것은 물론 암호화폐 투자가 제도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국내외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리서치 회사인 모닝스타는 일본에서 ICO 신용평가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ICO는 물론 기존 거래되고 있는 암호화폐의 등급도 평가하겠다는 것이 모닝스타 재팬의 복안이다. 평가는 백서를 기반으로 진행하며 ICO 이후 모니터링을 계속해 평가를 재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모닝스타재팬은 “ICO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늘어나지만 사회 안전망은 없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소스도 적다 보니 ICO 사기도 많고 투자자들은 정확한 투자 판단을 하기 힘든 것이 현재 실태”라며 “투자 신탁과 채권 등급을 평가한 노하우를 활용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암호 화폐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일본에 있는 비트인베스터스(Bitinvestors)라는 ICO 신용평가 사이트는 최근 베타판을 공개하고 약 100개 코인의 평가를 사이트에 공개했다. 비트인베스터스는 자체 평가를 포함해 6곳의 코인 등급 평가 결과를 평균해 결과값을 산출한다. 만점은 5점. 현재 라이덴(Raiden)과 에어스왑(AirSwap)이 각각 4.30으로 가장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와이스 레이팅스에서 B등급으로 최우수 평가를 받은 EOS의 경우 비트인베스트에서도 4.0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트인베스터스가 공개하고 있는 평가 기준은 이렇다. 우선 코인의 발행과 유통이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맞게 설계돼있는지, 웹사이트나 백서를 통해 적정한 개발 계획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본다. 이와 함께 ICO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멤버들의 공개 여부, 관리자나 투자자 등 신원이 보증된 제 3자가 감시할 수 있는 구조인지도 평가 대상이다. 또 조달 자금의 사용처와 백서 상에 공개한 개발 일정 준수 여부, 미디어 게재 실적, 해당 ICO의 성장을 측면 지원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여부 등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비트인베스터스 측은 밝혔다.
국내에서는 학계가 나섰다. 인호 한국블록체인학회 회장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블록체인 관련 간담회에서 “규제에 앞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며 “블록체인·가상통화 평가기술을 개발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평가위원회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블록체인학회 내 분과위원회로 출범할 계획이다. 학회는 지난 26일 관련 회의를 열고 하태형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 특임교수를 평가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후 평가위원을 섭외하고 평가기준을 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 교수는 “단순한 점수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분석 기준과 결과가 중요한 것”이라며 “블록체인 기술 자체와 경제성, 시장에 미치는 영향, 개발자의 이력과 능력 등을 주요 기준으로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신뢰성을 갖춘 각국의 평가 주체들이 연합해 세계적인 암호화폐 평가 분야의 얼라이언스를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평가기관의 등장을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암호화폐 시장이 깜깜이 투자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신뢰성과 공정성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와이스 레이팅스의 경우에도 회사 자체를 믿을 수 있느냐는 지적과 함께 9년간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비트코인이 C+ 등급을 받는 것이 적정한 지 등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다.
한대훈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이 운용된 데 이어 신용평가 기관들이 암호화폐 등급평가를 시작하는 점은 암호화폐 투자가 점차 제도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스탠다드앤푸어스(S&P)나 무디스 같은 유명한 평가기관이 아니더라도 평가사들이 이 분야에서 첫 걸음을 딛기 시작한 만큼 나중에는 여러 기관의 경쟁으로 평가에 신뢰성도 갖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흥록기자 rok@
- 김흥록 기자
-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