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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암호화폐 거래' 여전히 눈치보는 은행

정부 말믿고 계좌 발급했다가

"자칫 책임 뒤집어쓴다" 우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정상적인 암호화폐 거래는 지원하겠다며 “당국 눈치 보지 말고 은행이 신규 계좌를 터주라”고 밝혔지만 은행은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다. 은행들이 정부의 규제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장의 말 한마디만 믿고 덜컥 계좌를 발급했다가 나중에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국민은행 등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확인 시스템 오픈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이미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 중인 은행 중에서도 신한은행은 일부 거래소에만, 기업은행은 신규 가입자가 아닌 기존 가입자에만 가상계좌를 발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한 이런저런 계획을 내놓았지만 구체화되거나 실제 법제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괜히 먼저 움직였다가 다칠 수 있다. 구체적인 정부 규제방향이 나오기 전까지는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부처 간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 이견이 여전한 상황에서 금융감독당국의 말만 믿고 따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최 원장이 ‘내기’ 발언으로 국회 사과까지 했다가 이번에 계좌 개설에 긍정 발언으로 선회한 것을 놓고 ‘어느 말이 진심이냐’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국회 입법 등 갈 길이 아직 멀었는데 최 원장이 이번에도 말을 일찍 꺼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신규 계좌를 열었다가 거래가 폭증하면 은행에 책임이 돌아올 게 뻔한데도 최 원장이 ‘독려’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

이주원 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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