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거래가 줄면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자국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형 거래소인 빗썸·코인원 등은 동남아시아·유럽 등으로 나가는 동안 중국 거래소들은 한국을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진출 속도가 빨라졌다. 한국과 중국 거래소의 정면승부 이후에 전 세계 거래소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이 동력을 잃으면서 국내외 거래소들이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속속 밖으로 나가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제공 사이트 코인힐스에 등록된 거래소만 181개나 된다. 문제는 상위 거래소 5곳의 거래량이 절반에 가까운 44.3%로 신규 거래소는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거래량이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로 줄면서 수익을 못 내는 거래소가 늘고 있다.
국내 거래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거래량 위축과 경영난 등으로 해외 진출을 고민 중이다. 거래소만 30곳이 넘어 시장은 이미 포화된 상태인데 해외 거래소들이 진입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하다.
국내 거래소 중에는 코인원과 빗썸의 행보가 눈에 띈다.
코인원은 지난 4월 ‘코인원 인도네시아’를 설립하고 사전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6월 말 인도네시아에 암호화폐 거래소를 새로 열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세계 4위 인구 규모로 정보기술과 금융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잠재력이 크다.
코인원은 인도네시아 이후 주변 동남아 국가로 사업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미 지난 3월 디지털 마케팅 기업 퓨쳐스트림네트웍스와 손잡고 태국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코인원이 글로벌로 나아가는 첫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술 중심의 운영 전략으로 암호화폐 문화를 선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빗썸은 영국 시장 진출을 위한 첫발을 뗐다. 지난 4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자체 암호화폐 발행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두 번째 해외진출이다. 영국은 암호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하고 있고 주변 유럽연합국과 비교해도 유연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안정적인 시장이다. 빗썸은 지난 2월 영국 런던에 ‘빗썸유럽’을 설립하고 자급관리 인력을 모집하는 등 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가 가장 활발한 업비트는 일단 국내 사업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한 후 해외시장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어서 결국은 시간문제가 될 듯 하다.
국내 거래소가 해외로 눈을 돌린 사이 해외 거래소들의 한국 진출이 늘고 있다. 전 세계 거래량의 20%가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시장성이 높게 본다.
특히 중국계 거래소들의 속도가 빠르다.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하면서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우선 지난달 중국 2위 거래소인 ‘후오비’가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고, 캐나다 토론토·싱가포르 등 해외에도 거점 마련에 나섰다. ‘오케이코인’도 NHN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국내에 진출해 배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합작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도 이달 초 문을 열었고,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게이트아이오’도 같은 달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국내외 거래소들이 자국 시장을 떠나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면서 시장 판도가 뒤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상위권 거래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계가 전 세계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시장의 주도권도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시장을 넘어 수요가 많은 다른 주요국의 사업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며 “수요에 따라 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국내에만 한정돼 있는 자본이 아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거래소들이 발을 넓혀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해외 자본마저 들어오면서 중소 거래소들은 더욱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거래량이 0에 수렴하는 거래소들도 많아 이미 시장규모를 확보한 거대 거래소만 살아남는 꼴이 됐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 거래량이 감소해 시장이 많이 위축됐다”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다고 해도 국내 거래소를 위한 법과 제도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신은동인턴기자 edshin@decenter.kr
- 신은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