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블록체인 운영체제(OS)를 지향하는 이오스(EOS)의 메인넷이 1년여의 긴 준비 끝에 10일 오후 10시 마침내 출범했다. 커뮤니티 검증과 투표를 거쳐 메인넷이 가동되면서 이를 운영할 블록 프로듀서(BP·Block Producer)를 선발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15%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면 득표 수에 따라 상위 21개 팀을 BP로 정한다. 180여 곳의 후보가 등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BP가 뽑힐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오스는 특정 주체가 아닌 커뮤니티의 힘으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토큰 민주주의 실험’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 아닌 토큰 보유자들이 플랫폼을 구축하고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오스는 거래 수수료가 없고, 0.5초마다 블록이 생성되고, 다양한 파생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어 경쟁력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한국이 이오스 거래량도 많고 보유량도 적지 않지만, BP로 선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거래소가 투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커뮤니티와 BP 후보들은 거래소가 투표를 지원해 줄 것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와 BP들이 이오스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거래소들이 투표 시스템 구축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메인넷 출범… 무료에 빠르고 확장성도 넓어= 이오스 메인넷 런칭 그룹(EMLG)은 10일 오후 10시 “지난 1년 동안 글로벌 커뮤니티가 메인넷 출범을 위해 힘써왔다”며 “오늘 블록이 생성됐고 투표도 시작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메인넷 출범은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오스 코인 보유자 중 15% 넘게 투표를 하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21개 팀이 최초(제네시스) 토큰을 만들고 이후 0.5초마다 블록을 만들어간다. 후보 등록 1시간여 만에 100곳이 넘는 후보가 등록했고, 최종적으로는 180여 곳이 경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오스는 거래 수수료 무료에 블록 생성시간이 0.5초로 빠르고, 메인체인에서 다양한 사이드체인을 만들 수 있어 확장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기간에 수백 개의 애플리케이션(Dapp)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EOS IO를 만든 블록원의 브렌단 블러머 CEO는 “이오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다양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수수료 무료, 빠른 처리속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특징으로 한다”며 “커뮤니티 확장성과 건전한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큰 보유자가 BP 선택… 개인들 대부분은 거래소 통해 보유 = 이오스는 이더리움 기반 토큰으로 ICO(암호화폐공개)를 진행했다. 이더리움 기반 토큰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더스캔을 통해 이오스 보유 현황을 확인한 결과, 상위 10개의 암호화폐 지갑에 전체의 절반인 49.7%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총 발행량 10억 개 중 4억9,000만 개가 10개 지갑에 들어 있는 셈이다. 상위 1,000개 지갑에는 8억 5,000만 개, 85.1%가 보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상위 10개 지갑 대부분이 암호화폐 거래소 소유일 것으로 추정한다. 한 이오스 BP 후보는 “상위 10개 내외의 지갑은 대부분 거래소 소유로 본다”며 “거래소가 개인들이 갖고 있을 것으로 모아서 대표지갑으로 관리한다”고 전했다. 이오스 보유량이 많은 한 거래소 관계자도 “암호화폐 별로 거래소의 지갑 개수는 다르다”며 “비트파이넥스와 같은 대형 거래소는 여러 용도로 지갑 3~4개씩 보유한다”고 설명했다. 보유량이 많은 지갑은 거래소 소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외에 발행량의 10%인 1억 개는 블록원 재단의 개발팀 것이다. 블록원은 매년 1%씩만 매도할 수 있도록 묶어 뒀다.
◇이오스 헌법, 부정투표 방지… 개인들, 투표 참여 쉽지 않아 = 이오스 재단은 대규모 코인을 보유한 거래소나 특정집단, 개인이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제한장치를 마련했다. 커뮤니티가 만들고 승인한 ‘이오스 헌법’은 BP들이 토큰 발행을 통해 얻은 수익 가운데 10% 이상을 주게 될 수익자의 신원을 공개하도록 했다. 또 BP간 상호투표도 네트워크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부정이 포착되면 고발 후 제재가 가능하다.
문제는 거래소들이 개인들을 대신해 보관 중인 물량은 많지만, 개인들이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비트파이넥스 등 일부 대형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 한빗코, 데이빗 등이 투표 시스템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가장 많은 양을 보유한 업비트와 빗썸 등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은 개인들의 투표 가능성을 낮게 봤다. 비탈릭은 “개인들의 투표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낮다”며 “코인을 거래소에 넣어두고 거래소가 대신 투표하게 만든 뒤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투표권 행사와 생태계 구성 보다는 투자의 목적으로 이오스를 구매한 보유자들도 다수 존재한다. 또 투표를 위해 개인 지갑으로 암호화폐를 옮기는 과정이 복잡하고 개인 지갑에 보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보안상의 문제 등 투표 참여가 쉽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거래소, 소유는 인정하지만 권리는 없다?… 이오스 투표 시스템 구축 시급= 지난 5일 이오스 커뮤니티와 국내 BP 후보들은 거래소에 대해 이오스 투표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빗썸과 업비트에 대해 “이오스 보유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거래소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리투표를 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국내 암호화폐 커뮤니티 코리오스가 거래소의 투표 시스템 구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생태계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형평성과 보안상의 문제로 실질적으로 투표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투표 지원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토큰은 소유하되, 권리는 없는 상황이 됐다. 투자자들이 보안과 편리성을 이유로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넣어 두고 있지만, 거래소가 투표지원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탈중앙화의 장점은 각자가 자신의 암호화폐를 누구의 간섭도 없이 완전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개인이 갖고 있다가 해킹을 당하거나 잃어버리면 온전히 본인 탓이 된다”며 “거래소가 투표를 지원하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권리 행사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커뮤니티와 전문가들은 이오스 생태계에서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거래소들이 적극적으로 투표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커뮤니티 관계자는 “이오스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구축되면서 블록체인 산업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며 “투표를 통해 BP가 계속 바뀌는 만큼 지금이라도 거래소가 투표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부탁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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