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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⑧]공유경제와 이익의 선순환을 보장하는 블록체인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Bad money drives out good.)

금화를 발행하던 시절에 순금으로 만든 금화보다 불순물을 넣어 만든 것이 먼저 유통되고 순금으로 만든 금화는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낸다’고 하는 일명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이다. 16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그레샴이 주장한 것으로 순금과 합금처럼 소재의 가치가 서로 다른 화폐를 동일한 명목가치로 사용하면 소재가치가 높은 화폐(Good Money), 순금은 유통시장에서 사라지고 소재가치가 낮은 화폐(Bad Money), 합금만 돌아다니는 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레샴의 법칙은 화폐유통 시장 뿐만 아니라 중고 자동차 매매시장 등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현대 경제와 금융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시뇨리지(Seigniorage·화폐주조차익)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된다. 앞선 칼럼에서도 설명했듯이 시뇨리지는 국가에서 보증한 가치인 액면가에서 제조비용을 뺀 차익을 말한다.



시뇨지리를 블록체인 세계에 접목해 보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만든 암호화폐 세계에서는 채굴을 담당하는 마이너(채굴자)가 시뇨리지를 가져간다. 법정화폐의 시뇨리지와 구별하기 위해 필자는 ‘디지털 시뇨리지’로 부르고자 한다.

현실 세계에서 시뇨리지는 국가 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수입원이다. 국민들의 경제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회계연도의 세후 당기순이익은 3조 9,640억원 이었다. 그리고 법정적립금 등을 제외한 2조 7,333억원을 정부에 세입으로 귀속시켰다. 시뇨리지에 의해 3조원 가량을 벌어 국가에 돌려줌으로써 국민들은 그 만큼 세금을 덜 낼 수 있게 된 셈이다.

반면 동전을 만들 때는 제조원가가 발행가보다 높다. 이를 ‘역 시뇨리지’라고 부른다. 원가관리 측면에서 보면 당연히 적게 생산하는 게 맞다. 일반 기업이라면 동전이라는 제품 또는 상품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릴 것이다. 현재 화폐 발행비용의 3분의 1 정도를 동전이 차지한다고 하니, 국가 차원에서도 줄여 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의 디지털 시뇨리지는 어떨까? 정부에 귀속되는 금액이 있을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시가총액이 큰 암호화폐들은 현재까지 마이닝(채굴)을 통해 발행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은행처럼 발행 차익을 정부에 돌려준 사례는 없다. 차익은 개인들의 몫일 뿐이다. 채굴을 통해 아무리 많은 경제적 소득(금전적 이득)을 얻어도 국가는 법인세·소득세 등 어떤 명목으로도 회수할 수 없는 제도적·구조적 상황이다. 한국은행처럼 이익을 세금으로 내고 정부가 이를 민간에 다시 돌려주는 이익 재창출의 선순환 구조가 끊겨 있다.

오히려 채굴의 원가 요소 중 하나인 ‘전기’라는 공공재를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국내에서 마이닝을 전문적으로 하는 개인이나 사업자들이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고 채굴을 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산업단지 등에서 이른바 몰래 채굴을 하다가 쫓겨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사회적 비용만 늘어나는 셈이다.

지금의 상황을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는 단선적 잣대로 재단할 수도 있다. 그래서 기존체계의 금융 경제활동인 ‘양화’를 암호화폐라는 ‘악화’가 몰아낸다고 바라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새로운 영역의 출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필자는 암호화폐가 ‘악화’로만 치부해 버릴 수 없다고 본다. 전자화된 화폐 중 하나인 ‘암호화폐’를 무작정 외면만 할 수는 없다. 한국은행도 이미 동전 사용과 휴대에 따른 불편을 줄이고 발행·유통·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급결제 중장기 추진계획(지급결제 vision 2020)’을 통해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시범 사업도 하고 있다.

학문과 산업 측면에서 마이닝을 권장하거나 효율적 경제활동으로 인정하기 위해 연구를 하기에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러나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를 활용해 산업으로 가정하고 효율적 채굴 방법 연구를 병행한다면 그 또한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그전에 암호화폐에 대해 사회적으로 ‘산업’이라는 인식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없앨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더 늦기 전에 건전하게 육성하는 정책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것이 맞다. 특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징수함으로써 공유경제와 이익의 선순환을 보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의 선두주자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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