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많다. 관련된 정보와 기사도 넘쳐난다. 그러나 “정보는 많지만 관련된 이슈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본 글이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풍요 속의 빈곤’인 상황이다, 이에 기업의 정보보안 정책과 전략, 신기술 등을 연구하는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CS Lab)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과 ICO(암호화폐발행), 도덕적 해이와 규제 등 관련 이슈를 10회에 걸쳐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암호화폐(Cryptocurrency)와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는 같을까? 다를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오스 등을 놓고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데 크게는 ‘가상화폐’와 ‘암호화폐’로 나뉜다. 예전에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에서 썼던 ‘도토리’를 가상화폐라고 한다면, 비트코인은 도토리와는 분명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지난 1일 현재 거래되는 암호화폐는 총 1,597개, 시가총액은 2,568억 달러, 우리 돈으로 280조원을 훌쩍 넘는다. 인베스팅닷컴 기준으로는 1,898개에 2,573억 달러에 달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코인이 나올 정도로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이중 비트코인의 시가총액만 1,000억 달러, 110조 원이 넘는다는 점만 봐도 기존의 도토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환전가치도 높고, 시장규모도 크다.
그렇다면 가상화폐와 암호화폐의 가격 차이는 왜 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선 먼저 둘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암호화폐나 코인, 토큰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6년 전인 2012년. 유럽중앙은행(ECB)은 가상화폐를 “정부에 의해 통제받지 않는 디지털 화폐, 즉 눈에 보이지 않고 컴퓨터 상에 표현되는 화폐로 개발자가 발행 및 관리하며 특정한 가상 커뮤니티에서만 통용되는 결제수단”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반해 암호화폐는 “암호를 사용해 새로운 화폐를 만들거나 거래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매개하는 화폐에 보안기술인 블록체인을 적용한 화폐”라고 정의한다. 다른 말로 하면 “암호화폐는 화폐의 전송을 확인하기 위해 보안성과 무결성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암호화 기법을 적용한 디지털 화폐 혹은 가상화폐”다. 이런 개념에서 보면 암호화폐는 가상화폐에 포함된다.
그러나 단순한 개념적 측면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최근 등장한 암호화폐는 가상화폐와 달리 화폐로서의 독립성과 개인의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살펴보면 차이점이 많다.
우선 암호화폐는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집권화된 주체가 없다. 참여자 모두가 공동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반해 가상화폐는 금융기관 또는 발행업체 등 중앙집권화된 주체나 특정인이 생성하고 관리한다.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리워드 포인트, 마일리지처럼 특정업체가 발행하고 관리하면 가상화폐일 뿐, 암호화폐가 될 수 없다.
또 암호화폐는 중앙집권화된 발행 주체가 없어 참여자들이 ‘채굴(mining)’과 같은 행위를 통해 신규 발행이 이뤄진다. 이때 사전에 작성된 알고리즘에 따라 정해진 만큼만 채굴이 가능하다. 반면 가상화폐는 필요한 만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암호화폐는 채굴 등 신규 발행과 전송 프로세스를 특정 단체나 조직의 허락이나 등록절차 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오픈 커뮤니티 성격을 가진다. 또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된 내용은 참여자 누구나 저장하고 확인할 수 있지만, 거래를 조작하거나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암호화폐 발행과 관리는 개발자 등 거래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합의로 이뤄진다. 가상화폐처럼 특정기업 또는 특정인이 권력을 갖고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이런 특성에서 볼 때 어떤 코인이든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와 독립성(independency)을 보장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오픈 커뮤니티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암호화폐가 될 수 없다.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모네로 등 모든 암호화폐가 오픈 커뮤니티를 갖고 있다.
암호화폐는 다시 ‘코인(coin)’과 ‘토큰(token)’으로 나뉜다.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이오스, 테더, 트론, 바이낸스 코인, 오미세고, 온톨로지 등은 토큰에 속한다. 이에 반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리플, 비트코인 캐시, 라이트코인, 스텔러, 아이오타, 모네로, 네오 등은 코인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토큰과 코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
둘의 관계는 한 마디로 “코인은 토큰이 될 수 있지만, 토큰은 코인이 될 수 없다. 또 모든 암호화 토큰이 암호화 화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크립토 코인(Crypto coin)이 ‘지불수단’ 기능을 갖고 있다면, 크립토 토큰(Crypto token)은 지불수단 외에 다른 기능들도 갖고 있다. 대부분 코인은 블록체인, 이더리움처럼 독립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반면 토큰은 다른 플랫폼 위에서 회계단위의 역할과 가치저장 역할을 한다. 또 토큰은 프로토콜을 생성하거나,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는 역할도 한다.
가령 이더리움은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 코인이고, 이더리움 플랫폼과 연동된 Dapp은 각자의 서비스를 위해 토큰을 만들어 사용한다. Dapp은 이더리움 플랫폼 기반의 토큰을 만들어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이더리움에게 주고, 이더리움을 이를 받아서 플랫폼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는 구조다. 비트코인이 단순히 거래내역만 기록했다면, 이더리움은 암호화폐를 만들고 교환하고 저장하면서 Dapp 생태계를 키워나갈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 플랫폼이다.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돼 있고 독립돼 있기 때문에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환율을 조작하거나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 또 기존 화폐처럼 발행주체가 생산량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물가상승에 따른 화폐가치의 하락, 가치 조작 등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또 송금속도도 빠르고 수수료도 0원에 수렴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 CNBC는 “2018년은 암호화폐 부흥의 해”라고 선언하면서 그 이유로 △비트코인 지배력의 확대 △ICO 시장 활성화 △규제 강화를 통한 시장 투명성 제고 기대 △범용성 증가 △ 기관투자자 유입 등 5가지를 꼽았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는 익명성이 지켜지기 때문에 도박, 비자금, 마약 등의 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 그리고 정부가 암호화폐의 화폐적 가치를 보증하지 않는 만큼 가격하락에 따른 손해가 크다. 그런 만큼 투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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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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