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불고 있는 K뷰티 열풍의 부작용은 짝퉁과의 전쟁이다. 국내에 있지도 않은 브랜드를 한국 기업이라고 내세우는 마케팅은 양반이고, 국내 업체들의 상표와 용기 디자인 등을 그대로 모방해 판매하기도 한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상표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화장품을 생산, 판매하다가 적발된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은 약 1,500여 건에 이른다. 국내 코스메틱 업체들은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은 블록체인 기술로 해법을 찾고자 하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월부터 블록체인 플랫폼 스타트업 ‘블록오디세이’를 자체 스타트업 육성 프로젝트인 ‘아모레 테크업’에 참여시켜 액셀러레이팅하고 있다. 아모레테크업은 아모레퍼시픽이 뷰티산업에 적용할 수 있고 자사 모델과 협업 가능한 스타트업들을 발굴해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1기가 출범했으며 2기는 지난 1월부터 진행 중이다. 선발된 팀은 약 6개월간 아모레퍼시픽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멘토링을 받는다. 자금이나 교육, 공간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이번 2기 아모레퍼시픽 기업들은 오는 24일 데모데이에서 지난 6개월간의 성과를 발표한다. 이후 개별 평가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의 지속적 투자 여부와 협력 여부가 결정된다.
블록오디세이는 지난 1월 출범한 블록체인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아모레 테크업 2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합류가 결정됐다. 연창학 블록오디세이 대표는 “현재 아모레퍼시픽에서 블록체인 관련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라며 “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의 정품인증솔루션에 대해 이야기 중이다”고 밝혔다.
블록오디세이는 이번 데모데이에 블록체인 기반 정품인증 솔루션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기술은 화장품 라벨(label) QR코드에 전자서명 값을 삽입하고, 유통 정보를 결합하여 블록체인을 통해 검증하는 기술이다. 기존 블록체인 기업의 경우 정보를 QR코드에 직접 넣는 대신 정보를 담은 외부 URL을 넣는 방식을 썼지만 블록오디세이의 경우 블록체인에서 활용되는 전자서명을 직접 QR코드에 넣는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연 대표는 “QR코드에 담을 수 있는 용량은 0.003MB로 알파벳 몇 글자 밖에 들어가지 못한다”며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해 QR코드에 3~5MB정도가 되는 전자서명 정보를 담으려던 기존 업체들은 이 때문에 URL로 변형을 해서 집어넣어야 했다”고 말했다. QR코드에 직접 정보를 넣지 못하고 URL을 우회하고 들어가야지만 유통정보를 확인할 수 있던 것이다. 연 대표는 “블록오디세이는 압축기술을 개발해 QR코드에 직접 전자서명을 넣을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QR코드와 블록체인을 연결해 보안성과 무결성을 획득하고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여느 국내 코스메틱 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에서 위조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년간 중국 당국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헤라, 이니스프리, 라네즈 등의 상표와 디자인을 위조한 화장품을 생산, 판매한 업자들에 대한 형사처분 사건은 최소 4건이다. 지난 4월에는 라네즈를 모방한 중국 업체를 대상으로 한 상표권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미래성장팀 관계자는 “테크업 참여팀들 중 본사와 사업 연계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후 협업을 진행한다”며 “블록오디세이의 경우 아직 협업 가능한 방향을 찾아보는 단계로, 기술이 구체화 된 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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