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위 유전체 시퀀싱(sequencing) 기업인 마크로젠(038290)이 생체정보 거래를 위한 컨소시엄 블록체인을 만든다. 시퀀싱은 DNA의 염기가 어떤 순서로 늘어서 있는지 분석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26일 금천구에 위치한 마크로젠 본사에서 만난 양성우 빅데이터부 책임연구원(이학박사)은 “유전체는 개인의 청사진이며 이에 대한 정보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보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체 정보를 생산, 유통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이뤄지게 되면 정보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정보 제공자도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진행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서정선 회장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연구원의 연구가 뒷받침되어 7월 블록체인과 생명정보에 관한 특허를 취득했다. 서 회장 역시 발명자 명단에 올랐다. ▶관련기사<코스닥 상장사 마크로젠, 블록체인 특허 취득>
서 회장과 함께 특허 발명자이기도 한 양 책임연구원은 현재 진행상황과 관련 “일본 기업 등 다수의 연관 기업과 컨소시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1차적으로 컨소시엄을 만들고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특허 출원도 함께한 전재경 빅데이터부 선임연구원은 “블록체인은 정보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개의 망으로 구성하게 될 것”이라며 “제약회사나 화장품회사, 연구소, 병원, IT기업, 분석업체, 대학 등은 각각 자신들에게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만 접근권한을 갖게 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구조로 참여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정보의 보안성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997년 설립한 마크로젠은 국내외로 여러 연구소, 병원,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생명정보는 여러 기관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는데, 마크로젠은 이러한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업그레이드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 선임연구원은 “정보는 이동을 하면서 변경될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면서 “연구원들도 변질·조작되지 않은 정보를 원하며, 그 출처를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컨소시엄 참여 기업은 정보를 플랫폼에 올리면서 동시에 정보의 불변성을 보장받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로젠은 퍼블릭 블록체인 등 이번 프로젝트에서 활용할 블록체인의 형태를 두고 고민을 하다가 컨소시엄 블록체인이 생명정보를 다루는 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전 선임연구원은 “개인의 생명정보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측면에선 퍼블릭 블록체인은 시기상조이며, 생명정보가 전문업체와 정부기관, 그리고 유관기업에서 유통된다는 점에서 컨소시엄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봤다.
마크로젠은 국내 1위의 유전체 시퀀싱 기업이다. 연간 9만 명의 유전체 정보 분석이 가능한 마크로젠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5위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마크로젠의 사업 분야는 크게 △정부기관, 대학교, 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분야 △환자 및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진단 분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유전체분석서비스 분야 △법의유전학, 반려동물 등과 관련된 응용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매출의 90%는 DNA 시퀀싱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은 약 70%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마크로젠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9억원과 18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은 1,018억원이다.
마크로젠 창업자인 서정선 회장은 대주주로 지분 8.55%를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은 현재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석좌교수, 공우생명정보재단 이사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심두보기자 shim@decenter.kr
- 심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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