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 업종에서 제외하는 시행령을 내놓자 일었던 관련 업체의 거센 반발이 정치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숙박업, 골프장, 노래방 등 거의 모든 업종을 벤처 인증 대상으로 포괄하는 완화정책을 내세우면서 막상 블록체인 대표산업인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업종에서 제외되면 정부의 정책지원과 세제혜택 등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업계는 거래소가 포함된 이 시행령이 자칫 블록체인 산업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를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10일 정병국 국회의원은 공식 성명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암호통화업 벤처업종 제외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철회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정 의원은 “정부가 앞장서 블록체인과 연관분야의 혁신 생태계를 위축시키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이번 개정안을 철회하고 전면 재검토하기를 촉구한다”고 발언했다. 현재 중기부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해서 봐야 하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 규제라기보다는 투기 등을 장려하지 않는 차원의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달 10일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 기업 업종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일반 유흥 주점업 △ 무도 유흥 주점업 △ 기타 주점업 △ 기타 사행시설 관리 및 운영업 △무도장 운업영 등에 이어 △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매매 및 중개업’ 또한 벤처기업 제외 업종에 포함됐다. 해당 개정안은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의,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통과하면 다음 달 초부터 공포되고 즉시 시행된다.
정 의원은 이 같은 중기부의 입장에 대해 “숙박업, 골프장, 노래방 등 거의 모든 업종을 벤처 인증 대상으로 인정해주는 규제 완화 정책을 펴면서 정작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요 기술인 블록체인·암호통화업을 벤처 인증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개정안이 실행된다면 블록체인 기술 기반 산업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막힐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유흥·도박과 같은 부류로 낙인찍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번 시행령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그리고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등 업계 내 협회들은 벤처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에 대해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며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협회들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인터넷 산업은 성장을 거듭하면서 이제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며 “발바닥의 종기가 아프다고 해서 다리를 자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기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마치 19세기 말 영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막은 적기조례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도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 동국대 블록체인구센터 등은 “중기부가 제시하고 있는 재개정 이유인 ‘투기과열, 유사수신, 자금세탁, 해킹’은 실제 현장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미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 교수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바라보는 시각이 편협되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코스닥이 없으면 벤처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없듯이 암호화폐도 거래소라는 유통창구 없이 활성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블록체인은 허용하고 암호화폐는 허용하지 않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두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거래소가 단순히 토큰을 사고파는 투기적 요소를 가진 것이 아닌 산업을 유동성 있게 해 주는 창구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 교수 또한 “새로운 시작에 있는 업계를 막아선 안 된다”며 “투기 등 잘못된 시각에 사로잡혀 거래소를 바라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사기·도박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라며 “현 정부의 기조에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성장 가능성마저 불투명한데 이번 개정안으로 지원 대상에서마저 되어 버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은동기자 edshin@decenter.kr
- 신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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