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성(사진·32) 티몬 의장이 블록체인 업계에 진출했다. 이커머스 시장을 개척해 국내 1호 소셜커머스 업체를 만든 그가 블록체인 업계에 진출했다는 소식에 업계의 이목은 쏠린다.
신 의장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을 다양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제공하는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테라(Terra)’로 블록체인 시장 진출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아직 완성된 백서가 나오기도 전이지만 지난달 테라는 3,20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모넥스그룹, 패스포트캐피털, HOF캐피털, 카카오벤처스 등 테라의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신현성 티몬 의장 및 테라 대표는 20일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기자와 만나 “암호화폐 테라를 글로벌한 화폐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며 “오늘의 가치가 내일의 가치와 동일한 암호화폐를 만들어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블록체인 업계 진출에 대한 각오를 내비쳤다.
테라는 기존의 법정통화와 연동해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을 막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가치안정화폐) 이다. 가치가 안정되면 실제 경제활동에서 암호화폐를 쓸 수 있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혁신적인 금융 시스템의 기반을 다지는 게 신 대표의 목표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의 높은 가격 변동성이 실물경제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보편적인 교환가치가 있는 암호화폐를 만들자는 목표로 스테이블 코인을 선택하게 됐다”며 “고객 기반이 확실한 전자상거래 연합을 통해 암호화폐를 유통함으로써 블록체인이 실물 경제에 들어서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의 가치 기준은 원화나 달러 같은 단일 법정화폐가 아니라 여러 법정화폐로 구성한 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이다. SDR 통화 바스켓은 국제통화제도에서 기준환율을 산정하기 위해 적정한 가중치를 부여해 선정해 놓은 여러 통화들의 꾸러미다. 현재 테라의 통화바스켓은 달러(41.73%), 유로(30.93%), 위안(10.92%), 엔(8.33%), 파운드(8.09%) 등으로 구성됐다. 테라의 스테이블 코인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연동해 1테라가 약 1,500원의 가치를 지닌다. 배달의 민족에서 1만8,000원의 치킨을 사 먹을 경우 12테라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왜 원화나 달러가 아닌 SDR에 연동시켰을까. 신 대표는 “달러와 연동된 테더나, 이더리움과 연계된 메이커다오(Maker DAO) 등 하나의 화폐나 자산에 가치를 묶어두면 연동 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도 같이 가치가 급락하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며 “실제 메이커 다오의 경우 이더리움의 하락 폭에 같이 다오의 전체 경제의 18%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여러 통화를 기반으로 한 SDR의 경우 각 통화가치의 변동률을 감안해 환율을 결정하는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이 같은 위험 요소가 덜할 수 있다고 봤다.
테라가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은 알고리즘으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테라는 우선 통화량과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테라와 함께 루나(Luna)라는 토큰을 함께 운용한다. 두 토큰은 모두 거래소에서 매매가 가능하다.
구조는 이렇다. 우선 티몬이나 배달의 민족에서 테라를 이용해 결제하면 이에 따르는 지급·결제 수수료를 루나 보유자에게 배당해준다. 테라의 사용이 늘어날 수록 배당 수익이 커져 루나의 가치도 함께 상승한다. 신 대표는 테라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파트너십을 맺은 쇼핑 플랫폼에서 테라를 이용해 결제할 경우 가격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결국 테라의 구매 매력도를 높이고 이용량을 늘리면 자연스레 루나의 가치가 올라가도록 한 구상이다.
루나의 가치를 높인 이유는 테라의 수요 공급을 조절할 때 루나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수요공급 관점에서 보면 테라의 수요가 늘어날 경우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때는 테라의 공급을 늘려 테라의 가격을 끌어내린다. 문제는 테라의 수요가 줄어 들때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시중에 풀린 테라를 거둬들여 소각한다. 이때 재단에서는 시중의 테라를 사들일 돈이 필요한데, 이 자금을 재단 보유분의 루나로 마련할 계획이다. 즉 재단 측은 루나의 가치가 형성되기 전인 초기에는 공급조절에 필요한 자금을 앞서 투자받은 현금을 사용하고, 추후 생태계가 활성화해 루나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루나를 이용해 테라를 사들이게 된다. 신 대표는 “루나의 가치가 언젠가는 상승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테라·루나 경제가 같이 가면서 루나가 (공급조절을 위한) 자금풀 모두를 채울 것”이라며 “루나의 총가치액이 테라보다 커야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테라가 글로벌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풀어야 할 또다른 과제는 처리 속도다. 신 대표는 “결제를 로컬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한 후 1,000씩 한 묶음으로 블록에 올리거나, 메인 체인에 한 번에 저장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며 “처리 속도를 위해 현실에 맞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결제 건 건 마다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은 현재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결제 시스템에 접목되긴 힘들다고 봤다.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의 경우 결제가 완료되는 블록이 생성되기 까지 약 10분이 소요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확정되기까지는 50분이 더 필요하다. 때문에 지급 결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거래기록을 묶음으로 저장했다가 일정 묶음이 완료되면 해당 정보를 한꺼번에 블록체인에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신 대표가 주력하는 또 하나의 과제는 테라의 실제 사용처를 확보하는 일이다. 신 대표는 “페이팔, 이베이, 알리페이가 타오바오 같은 대형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과 협력 관계를 동력으로 성장했듯, 테라 역시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을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에 연동해 성장을 꾀할 전략이다“며 “블록체인계의 알리페이 위치에 올라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테라는 이미 아시아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티몬을 비롯해 국내 대표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과 더불어 글로벌 쇼핑 플랫폼 큐텐(Qoo10), 동남아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캐러셀(Carousell), 베트남 이커머스 플랫폼 티키(Tiki) 등 아시아 15개 기업이 테라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외에도 제휴처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테라 얼라이언스(Terra Alliance) 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연 거래액 28조625억원(250억달러), 4,000만명의 고객 기반을 갖춘 테라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있다. 초기에는 제휴처를 넓히고 다양한 이용자 혜택 등을 통해 사용성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테라 얼라이언스의 고객은 테라를 통한 결제를 통해 할인 혜택과 보상을 제공 받는다. 얼라이언스 제휴사는 비자나 다른 지급결제서비스업체에 지급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거래 수수료를 적용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신 대표는 “테라페이로 물건을 결제하게 되면 기존 수수료의 20~30%를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차이만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티몬에서의 경험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도 귀띔했다. 그는 “테라를 고객에게 유통하는 방법이 결국 이커머스를 통해 진행된다”며 “이커머스의 깊은 경험이 전략을 구사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블록체인이라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티몬에서의 해외 사업 진출 경험이 큰 이점 작용했다”며 “티몬 시절 관계를 맺었던 여러 이커머스 업체들과도 테라 얼라이언스를 구축하는데 도움됐다”고 밝혔다.
테라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커머스를 넘어 대출, 보험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금융 상품에 적용되는 금융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테라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화폐를 넘어 오픈 프로토콜로 진화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는 “10년 뒤에 테라가 진정한 디지털 화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향 후 모든 블록체인 디앱(DApp)들이 테라를 중심으로 활용될 수 있는 블록체인 핀테크 솔루션으로 성장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테라 결제 시스템에 대한 베타 테스팅은 올해 4·4분기 진행된다.
/신은동기자 edshin@decenter.kr
- 신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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