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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에디터스 레터]블록체인과 남북경제협력의 목표

9월 3주차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남북정상 오찬에서 옥류관의 봉사원이 평양 냉면을 들고 나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쯤 되면 평양냉면은 남북 화해 무드의 상징인 듯 합니다. 지난 4월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농담과 함께 본격화된 평양냉면의 인기는 이번주 열린 평양정상회담에도 이어졌습니다.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이재웅 쏘카 대표는 평양냉면을 맛보고는 “비핵화가 이뤄지고 제재가 풀리면 옥류관 서울분점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맥도날드가 모스크바 매장을 여는 것 만큼이나 남북 경제 교류사 에서 의미 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

물론 현 단계에서는 경제 교류 논의가 다소 성마릅니다만, 이미 경제인이 참가했다는 자체가 남북 협력에 경제 교류를 굳이 배제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가 녹아있습니다. 이번에 방북한 젊은 재계인사들은 현지 산업을 시찰하면서 경제 교류를 위한 첫발을 디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양역 건너편에 있는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는 문구에 깊은 인상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삼성의 기본 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라며 호응했습니다. 부가가치를 만드는 원천에 대한 철학이 비슷하다는 데한 반가움과 놀라움이 묻어납니다.

실제 북한의 과학기술은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인공지능(AI)의 경우 북한이 만든 바둑 프로그램 ‘은별’이 알파고 등장전까지 AI 바둑계의 최강자 자리를 다퉜습니다. 미사일 발사체에서 보듯 로켓사이언스도 발달했으며, 북한의 정예 해커부대의 컴퓨터공학능력은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증언과 정황이 속속 나옵니다. 카이스트가 최근 개최한 한 회의에서 강진규 NK경제 기자는 “북한은 이미 블록체인과 머신러닝 등 최신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동향을 전했습니다. KDB산업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측은 지난해 5월부터 비트코인의 대량채굴에 시도했으며 최근에는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암호화폐 모네로 채굴에 관심이 있다고 합니다. 암호화폐별 특성에 대한 연구가 정권 차원에서 상당히 진척됐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블록체인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라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남과 북이 경제 협력에 나설 경우 국가 경제가 새로운 차원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다만 국가 경제가 퀀텀 점프할 기회를 단순히 기존 산업의 규모를 확대하는 차원에 한정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남한은 자본과 기술, 북한은 자원’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거둘 것을 요구합니다. 기왕 새로운 차원의 단계에 진입하는 마당이라면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세계의 4차산업 분야를 이끌어갈 수 있는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의 천연자원과 노동력, 남한의 돈’이 결합하는 기존 프레임이 아니라 남과 북이 기술과 기술, 인재와 인재, 과학과 과학을 결합해 만드는 시너지입니다.

어떤 영역이 적절할까요. 신기술 분야면서, 남북의 관심사가 합치되는 분야여야 할 것입니다. 그 중에는 블록체인도 있을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4차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은 그 자체로 금융투자 시장을 만들고,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로 활용되지만 AI, 사물인터넷(IoT) 등 다른 첨단 기술과 결합해 산업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인프라로 평가받습니다. 공공 분야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도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연구도 활발합니다. 양측이 교류 과정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블록체인을 활용할 여지도 있을 듯 합니다. 북한이 준비 중인 블록체인 컨퍼런스를 함께 열 수도 있고, 민간 학회의 교류나 상시적인 블록체인 공동연구소 설립 등 방법은 다양합니다. 관계 개선의 시작이 냉면이라면,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경제 교류의 상징은 블록체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초적이긴 하지만 이미 이번 정부 첫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은 지난 4월 이더리움에 새겨졌습니다.

한 주간 우리의 이목을 끌었던 평양정상회담이 막을 내리고 이제 양 측의 국민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민족의 명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습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돌아오는 길에 송이 버섯 2톤을 손에 들려 주었습니다. 정부는 이를 이산가족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합니다. 이들에게 좋은 추석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이글을 읽는 분들도 모두 가족들과 함께, 또는 혼자서라도 즐거운 추석 명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흥록기자 rok@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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