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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F in Seoul]이정엽 부장판사 “블록체인, 부의 편중에 대한 기술 분야의 답변”

■블록체인법학회장이 보는 블록체인과 자본주의의 미래

"기존 자산이 젊은 세대로 이전 어려워져…잠자는 디지털 자산이 새로운 기회"

개인의 관심사, 평판, 온라인 활동 등 무형의 자산을 '자본'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

"국제교역 장벽 낮춰 개인이 주요 주체로 떠오르게 될 것" 전망

"ICO는 문제 많지만 선점을 위해서는 제도화 디자인에 나서야"


이정엽(사진)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한국블록체인법학회 회장이다. 그는 ‘블록체이니즘(Blockchainism)’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블록체인을 하나의 기술로만 보기보다 사상과 철학으로 바라본다는 의미다. 이 표현에는 블록체인이 사회와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을 통찰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현직 부장판사인 그가 법률가와 기업가, 학자를 아우르는 블록체인 법학회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블록체이니즘은 분산자본주의와 분산된 권력, 정보의 분산화, 수평적 조직, 비자본의 자본화 등을 모두 아우르는 이념적 근거”라며 “이를 구현하는 데 법조인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부의 집중과 수직적 권력구조 등 자본주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며 “블록체인은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대해 기술분야에서 먼저 나온 답변”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어 “블록체인이 시대 요구에 부응할 유일한 기술은 아니지만 지금 인류가 봉착한 여러 문제에 대해 이를 해결하고자 나타난 기술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오는 30~31일 신라호텔에서 개최되는 블록체인 핀테크 컨퍼런스 ‘퓨즈(Fuze)2018’에서 ‘블록체인과 자본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다. 디센터는 그의 강연에 앞서 그가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변화와 블록체인의 효용에 대해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회장은 디센터와 인터뷰에서 자본에서 소외된 개인이 새로운 형태의 부를 창출하게 될 가능성과 블록체인이 불러올 미래 사회를 전망했다.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블록체인의 진짜 가치는 무엇인가.

△세계는 지금 대의제도나 수직적 의사결정으로 대변되는 회사에서의 권력구조, 근로자와 자본가의 이분적 구분으로 인한 부의 집중 등 다양한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나는 이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대해 기술분야에서 먼저 나온 답변이 블록체인이라고 생각한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논문 역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마냥 신뢰할 수 없는 기존의 금융독점 시스템을 인터넷과 같은 중앙기구 없는 조직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현재 블록체인을 활용해 네트워크와 조직,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수많은 프로젝트가 나오고 있다. 어떤 하나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기존 세상의 조직을 새로운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기 때문에 그렇게 수많은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쏟아지는 현상은 거대한 산업적, 문화적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블록체인, 혹은 블록체이니즘은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른 정보의 독점을 막고, 정보의 주도권을 그 정보의 대상이자 소비자인 개인에게 돌려주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결과 인간은 보다 자유롭고,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사회적 자본이나 신용으로 바꾸어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블록체인 시대에 개인의 잠재력을 자본이나 자산으로 바꿀 수 있다면 미래의 자산은 기존 전통적인 개념의 자산과 다른가.

△지금 전통적 자산은 뭘까. 통상 부동산이나 예금, 주식, 채권, 자동차, 금괴, 골동품 등 물건, 특허권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때 예금, 채권, 주식 등은 가치평가가 쉽지만 부동산, 골동품, 물건 등은 가치평가가 어렵다. 특허권이나 디자인권 등 무형의 자산은 더더욱 가치평가가 어렵다. 명확한 가치측정 단위가 없고, 동일한 가치측정단위를 사용하는 큰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주식, 채권 시장도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측정 수단이 없어서 자산화할 수 없었던 무형의 가치들을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를 테면 한 개인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 내용이라든지, 그 사람에 대한 주위의 평가, ‘좋아요’ 등 공감, 리뷰 등 디지털 라이프라고 할 수 있는 활동 등에 대해서도 이를 측정해 자산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런 자산을 두고 ‘디지털 에셋’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디지털 에셋은 전통적인 자산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반발심이 들겠지만 이를 인정하는 젊은 세대들의 네트워크에서는 빠른 속도로 자산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디지털 에셋과 전통적 자산을 교환하는 활동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전통적인 자산은 이미 기성세대가 취득하고 있고, 기성세대의 수명 증가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기존의 자산이 새로운 세대로 이전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자산, 잠자는 자산을 새롭게 만들어냄으로써 젊은 세대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간 경제 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구글이나 아마존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물건이나 서비스를 국제적으로 교역하는 데는 전통적인 여러 장벽이 있고 이는 거래비용으로 이어진다. 거래비용은 국가의 세금으로 귀속되기도 하고, 은행에 귀속되기도 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은 현존하는 국제적 장벽을 국내의 상황과 동일한 수준까지 허물어버릴 수 있는 파괴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은행을 신용을 보증하는 제3자로 두지 않고도,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지 않고도 국제간 교역을 할 수 있다면 국가 간 경제질서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또 지금과 같이 은행을 통한 국제교역은 비용과 절차상 어려움으로 한 개인이 소량, 소액을 거래하기 어려워 사실상 작은 교역의 필요성은 무시돼 왔다.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에 충분히 받아들여진다면 지금까지는 교역의 플레이어가 될 수 없었던 수많은 개인들이 국제간 교역에 참여할 것이고, 그 교역량은 엄청나게 증가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이때 제3의 중개업자들은 소멸한다기보다는 허브의 역할을 하는 다른 기관으로 변모할 것으로 본다. 미국, 일본, EU, 중국 등 소위 기축통화를 발행할 수 있는 국가가 국제경제질서에 개입하는 빈도도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블록체인은 세계적으로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다. 왜 이렇게 큰 시각 차이가 발생하는가.

△대니얼 예긴이 쓴 ‘황금의 샘’이라는 책을 보면 ‘락 오일(rock oil)’ 즉 석유가 1850년대에 어떻게 인류의 에너지원이 됐고, 이로 인해 인류의 삶과 산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기술하고 있다. 처음 석유가 발견됐을 당시 석유가 과연 에너지원으로 사용가능한 지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심지어 1911년에 이르러서도 윈스턴 처칠이 영국해군의 전력 증강을 위해 군함에 사용하는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려 하자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조직, 새로운 문화는 모두 기존 제도나 기존 세력의 반대를 거치면서 단련되고 성장한다. 데미안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막 태동하려는 기술이나 조직, 문화는 항상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기라는 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기존 주류 금융계나 경제계는 사실 블록체인이 파괴적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기술이어서 더 반대가 클 수 있겠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가 국가 경제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암호화폐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암호화폐를 기술적으로 아무리 만들어도 이를 화폐로 사용하기로 합의한 네트워크가 없다면 그 기술은 아무 소용이 없다. 게다가 암호화폐를 화폐로 받아들인다고 국가 경제에 위협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발행주체가 있는 암호화폐라면 발행자의 신뢰가 문제 돼 법정통화와의 경쟁에서 쉽게 이기기 어렵고, 발행주체가 없는 암호화폐라고 하더라도 단 시일 내에 발행과 관련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가장 큰 위험성은 익명성을 통한 자금세탁 문제다. 테러자금, 범죄수익 은닉을 위한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나 수요는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자금세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암호화폐가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다.




-ICO가 허용돼야 하나.

△바로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 ICO를 허용했을 때 해외자금을 유치해 우리가 암호화폐의 금융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동시에 투기성 자금이 ICO에 몰려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다만 지금의 ICO는 사기성이 짙은 프로젝트를 거를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고, 업계의 자율규제도 아직 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이에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선도자의 위치를 점하기 위해 위험이 있더라도 거래소 및 ICO 발행 제도 디자인에 빨리 나서야 하고 그래야 표준을 점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대중으로부터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목적의 ICO 일부는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아무런 절차나 감독 없이 허용할 수는 없다. 전문투자자와 일반대중을 구별하고 법정화폐로 투자할 수 있는 한도액을 정하는 등 기존 법률체계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여러 장치를 수정해 적용해야 한다.

-법률가가 블록체인과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법률은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ICO 관련 제도나 규제 디자인이 없으면 오히려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난다. 지금 현실이 그렇다.

법조인은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증진하는 사회가 되도록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해석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고 그 성장동력을 움직이기 위해 빨리 제도와 유연한 법률이 필요하다. 개인들의 디지털 정보 소유권과 처분권이 분명하게 획정되면 정보가 자본화될 수 있다. 이런 숨어있는 자본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새롭게 진화된 네트워크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기기도 하겠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또 전통적 자산만이 자본으로 인정하는 사회는 디지털 정보까지 자본으로 인정하는 사회와 어마어마한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법조계가 이러한 사실을 잘 인식하고 블록체인 기반 기술, 조직과 관련한 창조적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도록 관련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김흥록기자 rok@

※ 편집자 주

블록체인 미디어 디센터가 서울시·서울경제신문·체인파트너스 등이 공동주최하는 ‘ABF(Asia Blockchain & Fintech) in Seoul’을 주관합니다. 텔레그램에서 @decenter_kr 로 검색해서 ‘디센터 텔레그램’ 방에 오시면 ‘ABF in Seoul’ 행사에 대한 다양한 기사와 각종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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