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구는 약 845만 명으로 서울시(986만 명)보다 적다. 국토면적은 우리나라의 5분의 1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일본보다도 더 많은 기업을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지난 15일 기준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은 총 86개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한화큐셀, 그라비티 단 두 곳뿐이다. 일본 기업도 세 곳에 그친다. 나스닥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벤처기업이 상장된다. 즉 나스닥에 상장된 국가별 기업의 수는 그 국가에서 얼마나 활발한 창업 활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압도적인 인구와 국토, 그리고 국가총생산(GDP)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스라엘은 창업과 스타트업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크게 앞서고 있을까.
◇생존투쟁서 시작된 창업 DNA= 중동 정세는 역사적으로 안정적이었을 때가 드물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그 중심에 있다.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진 이스라엘인들은 1948년 5월 14일 지중해 동남방 연안에 국가를 재건했지만, 실업률은 사회 혼란을 일으킬 정도로 높았다.
정부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과학자, 기업가, 기술자를 모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정부가 직접 나서 벤처펀드를 만들었다. 바로 ‘요즈마펀드(Yozma Fund)’다. 1993년 만들어진 이 펀드에 정부는 무려 40%의 자금을 출자했다. 설립 당시 1억 달러이던 펀드 규모는 40억 달러(4조5,000억원)로 불어났다.
기술 인큐베이팅 사업도 더해졌다. 정부가 선정한 인큐베이터는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어려운 재정에도 정부는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했으며 세계 최상위권 수준의 과학 기술력을 갖추게 되었다. 창업정신, 정부지원, 투자 및 육성 등으로 이뤄진 생태계가 활력을 띠며 ‘창업-투자 유치-회수-재창업 및 재투자’의 선순환 고리가 완성된 것이다.
◇신기술 블록체인에도 두각 나타내= 창업국가 이스라엘은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6년 38개이던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2017년 60개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블록체인 스타트업 수는 120여 개로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분야도 다양하다. 핀테크, 클린테크, 보험, 자동차, 미디어, 헬스케어, 게임, 교육, 증권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1억1,800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공개를 마친 오브스(ORBS), 대표적인 탈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 방코르(Bancor)는 이스라엘의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다. 오브스는 다른 블록체인의 단점을 개선하는 하이브리드 블록체인이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의 강점인 유동성, 스마트 콘트랙트 등의 기술은 유지하면서 확장성, 속도 등의 문제를 해결한 성능 레이어를 분산형 애플리케이션(DApp)에 제공해준다.
방코르는 ERC-20 기반의 이더리움 토큰을 암호화폐 간에 거래할 수 있는 탈중앙화 거래소(DEX)다. 스톰, 오미세고 등 이더리움 기반의 토큰들을 취급하는데, 자체 발행 토큰인 BNT를 기축화폐로 이더리움 기반 토큰들과의 교환을 지원한다. 또 다른 이스라엘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젠프로토콜(Zen Protocol)은 안전한 P2P 금융거래를 지원한다. 거래 당사자들이 중개인 없이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금융 플랫폼이다.
◇ 2017년 역대 최대 M&A규모 기록= M&A 전문 로펌인 화이트&케이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해 역사상최대 규모의 M&A를 성사시켰다. 투자자는 총 109건의 거래에 257억 달러(29조1,360억원)를 쏟아 부었다. 지난 1·4분기의 거래규모도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43억 달러(4조8,700억원)를 기록했다. 산업별로 보면 기술·미디어·통신을 일컫는 TMT 분야가 단연 M&A 거래규모 1위를 기록했다. TMT는 대표적인 기술 산업이다. 산업화학, 의료제약이 그 뒤를 이었다.
글로벌 기업은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이스라엘의 기업을 비싼 값에 사들이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시각기반 운행보조 기술회사인 모빌아이를 149억 달러(16조8,90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의 나스닥 상장사 KLA-텐코 역시 지난해 반도체 전문기업 오르보텍을 31억 달러(3조5,140억원)에 사들였다. 지난 2017년부터 지난 1·4분기까지 5억 달러(5,600억원)가 넘는 인바운드 M&A만 10건에 달한다.
이스라엘 기업을 해외 기업이 인수하는 아웃바운드 M&A도 상당하다. 같은 기간 1억 달러 이상 아웃바운드 딜은 9개였다.
이스라엘 기반의 기업과 펀드에 근무하는 시니어 레벨 임운 58명을 대상으로 벌인 화이트&케이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는 지난 12개월보다 앞으로 더 많은 M&A 거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심두보기자 shim@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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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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