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이마케터(eMarkete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들은 하루 평균 2시간 3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모바일게임 이용자들은 주중 하루 평균 90분 이상 게임을 하는 것으로 집계된다는 통계도 있다. 콘텐츠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관련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데이터만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수익화 할 수 있는 데이터 마켓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투명한 데이터 거래 플랫폼을 표방하는 에어블록(AIRBLOC)은 지난 2015년 설립된 ‘에이비일팔공’(ab180)의 리버스 암호화폐공개(ICO)로 등장했다. ab180은 모바일 앱 광고 분석 툴인 에어브릿지를 국내 4,000만 대 이상의 디바이스에 탑재해 유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지마켓, 옥션)와 우아한 형제들, GS 홈쇼핑 등 국내 300여 개 기업이 에어브릿지를 채택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 고객 타겟팅에 활용한다.
에어블록은 지난 3월 백서를 출간하고, 5~6월 에어블록(ABL)토큰의 프리 및 퍼블릭 세일을 진행했다. 지난 8월 ABL 토큰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오케이이엑스(OKex) 상장을 시작으로 10월 국내 거래소 씨피닥스(CPDAX) 상장을 완료했다.
에어블록엔 크게 세 명의 주체가 있다. 개인사용자(User)와 앱(app), 데이터 소비자(Advertiser) 등이다. 개인사용자는 모바일이나 PC를 사용하면서 알게 모르게 생성된 본인의 관심 데이터를 앱을 통해 데이터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때 앱은 개인 사용자에게 데이터 수집 동의 여부를 묻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자신이 공개할 데이터의 종류와 보상받을 비율 등을 등록하게 된다. 사용자의 모바일 기기에 설치된 앱 리스트, 인앱 결제내역 등이 주로 거래되며 앱은 최소 30% 이상의 수익을 사용자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조건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게 된다.
에어블록 네트워크 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경제 행위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표준 토큰인 ERC-20 기반의 ABL 토큰을 통해 실현된다. 데이터 소비자, 즉 광고주는 데이터를 구매하기 위해 ABL을 지불해야 하며 에어블록에 앱을 등록해 데이터를 수집 하기 위해서도 일정량의 ABL을 홀딩 해야 한다. 에어블록은 ABL 외에도 에어블록리워드(AIR) 토큰을 가지고 있는데 AIR는 ABL의 보조토큰으로 거래가 불가능하며 개인에게 귀속된다. AIR는 에어블록 프로젝트의 유저가 데이터를 검증 혹은 가공하는 식으로 데이터 자체에 신뢰를 더하거나, 장기적으로 네트워크에 가치를 부여하는 기여를 할 때 제공 받는 토큰이다. 즉 사용자의 네트워크에 대한 기여도를 판별하는 척도로써 AIR가 사용된다. AIR는 ABL 토큰으로 전환 가능하지만 ABL은 AIR로 전환될 수 없다.
에어블록은 지난 달 4일 업데이트된 기술 백서를 공개하며 플라즈마 사이드체인의 추가 소식을 알렸다. 이는 에어블록이 현재 채택하고 있는 이더리움 플랫폼의 확장성 및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다. 플라즈마 사이드체인은 기존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 장착돼 블록체인의 장점인 보안성은 유지하면서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 김효준 에어블록 리드 디벨로퍼(Lead Developer)는 “플라즈마는 자체 메인넷(사이드체인)을 만들어 다른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식”이라며 “만약 메인넷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참여자들은 자신의 자산을 안전하게 상위 체인으로 출금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과 속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이 속도를 높이는 방법은 역으로 다시 중앙화 되는 것이지만 에어블록은 플라즈마 기술을 통해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본래 속성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어블록의 목표는 데이터 시장을 민주화 시켜 모든 시장 참가 주체들이 이익을 얻고 종래엔 더 많은 양의 고품질 데이터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다. 기존 데이터 시장에서는 막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중앙화한 서비스 혹은 이러한 데이터를 모아 기업에 판매함으로써 독점적인 이윤을 취하는 거대 데이터 브로커들이 주요한 플레이어들이었다. 특히 에어블록은 데이터의 독점이 결국 부의 쏠림현상으로 이어지는 데 반기를 들고 개개인의 데이터 생산자와 충분한 고객 수를 확보하지 못한 채 소외돼 버린 작은 규모의 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어블록은 기존 ab180이 담당했던 데이터 수집과 정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연결’이라는 속성을 추가했다. 김 리드 디벨로퍼는 “ab180이 자사 데이터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에어블록은 더 많은 데이터를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수집할 때 맞닥뜨리는 비즈니스와 개인 사용자의 반발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 위에 투명하게 올려 사용자에게 데이터 통제권을 부여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에어블록 프로젝트의 골자다. 김 리드 디벨로퍼는 이를 “플레이어 간 신뢰 회복”이라고 정의했다.
한편 에어블록은 지난달 18일 라인(LINE)의 블록체인 자회사 언블락 벤처스로부터 전략적 투자 유치 소식을 발표했다. 현재 김진화 전 코빗 공동창업자와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황성재 파운데이션X 대표 등이 에어블록의 어드바이저로 참여해 사업 전략 및 방향성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김소라기자 srk@decenter.kr
-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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