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적합한 프라이빗 또는 허가형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비즈니스 거래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리라 생각한다. 특히 많은 거래나 유통 단계를 거치고, 관련 법규나 여러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상품도 블록체인을 통해 쉽고 빠른 정보 접근이 가능해져 분쟁이나 사기 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사전에 구성된 참여자에게는 모두 같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될 뿐만 아니라, 정보에 대한 위변조도 쉽지 않아 개인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활용하면서도 소비자들의 생활을 더욱 안전하면서도 편리하게 개선할 수 있다.
일례로 중고차 시장을 들 수 있다. 현재 사용하는 중고 시장의 매매 시스템은 자동차 제조사나 자동차 판매사, 리스회사, 정비사, 자동차를 감독하는 정부 기관이 모두 각자의 시스템(원장)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동기화에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에러 발생률이 높다. 또한 중고차를 사려는 소비자는 이 자동차가 언제 정확하게 생산됐고, 어떤 정비 이력, 사고 이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워 중고차 판매상이나 중개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로 중고차를 구매할 때, 사기나 분쟁이 쉽게 발생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자동차의 제조, 판매, 유통, 정비 이력, 사고 이력 등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된다면 소비자들은 제품을 쉽고 믿고 살 수 있게 된다. 보험회사나 리스회사도 적절한 보험상품을 제안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인인증서를 활용한 은행 업무도 훨씬 편리해질 수 있다. 지금은 소비자가 여러 개의 은행, 증권사, 보험회사를 사용하는 경우, 각각의 기관으로부터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거나 한 곳에서 발급받은 공인인증서를 다른 기관에 일일이 등록하여 사용해야 한다. 매년 공인인증서를 갱신할 때마다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하므로 매우 번거롭고 불편했던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캐나다로열뱅크를 포함한 캐나다의 7개 은행과 통신사는 IBM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고객의 분산 저장된 디지털 신원인증 정보를 공유, 가입 및 이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시험 운영 중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로는 소비자들이 신선식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안전 식품 공급망이 구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들은 원산지와 유통과정이 투명하게 추적되는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살충제 계란 파동 등 식품 관련된 문제가 발생해도 마트들은 문제가 있는 제품들만 매장에서 거둬들이고 문제 생산자를 바로 찾아내기 때문에 전체 농가들이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이 안전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IBM 푸드 트러스트 네트워크는 생산자, 유통 업체, 소비자 모두를 위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식품 이력 추적 관리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식품 유통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솔루션은 데이터 확인 및 분석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은 식자재 추적뿐 아니라 고가 제품이나 의약품 등의 위변조 방지, 품질 보증 등 여러 분야에서 무궁무진하게 활용 가능하다. 내가 구입한 아스피린이 가짜 약은 아닌지 휴대폰 앱으로 스캔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은 셈이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엑스레이나 MRI 등을 다시 찍느라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미국의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환자들의 건강 데이터, 병원의 실험 정보, 약물 정보 등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환자 자신과 병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때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학력위조 사건도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니와 소니 글로벌 에듀케이션은 IBM과 함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학습 진도는 물론, 개인의 학위 기록을 통합하고 전 세계 어디서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렇듯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시나브로 일상과 밀접하게 연계돼 보다 편리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글로벌 비즈니스 사례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우리도 기술 자체에 대한 논의를 넘어, 블록체인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생태계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해 블록체인 기반의 건강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우리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누릴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이상권 한국IBM 전문위원
- 심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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