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나눔과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기부금이 정말 필요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며 기부 자체를 망설이는 인식도 여전히 존재한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Decentralized) 특성을 바탕으로 자금 이동의 투명성을 확보해 기부금의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고 신뢰할 수 있는 기부금 관리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적합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IBM은 2030년까지 세계 극한 빈곤 해결을 미션을 삼고 있는 NGO 단체인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과 손을 잡고 기부자부터 최종 사용처까지 기부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해커톤을 개최했다. 행사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IBM블록체인을 활용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 해커톤을 통해 개발자들은 기부 추적 응용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었으며 글로벌 시티즌, 정부에 권한을 부여하고 정부와 기업의 지원 약속이나 기금 이전 등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부 단체, 글로벌 시티즌, 정부는 간단한 3조직 네트워크를 구축해 투명한 기부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블록체인은 환경, 빈곤, 에너지 문제 등 여러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플라스틱 뱅크(Plastic Bank)’라는 사회적 기업은 해양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플라스틱 뱅크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토큰을 폐플라스틱과 교환하게 하는 시스템을 IBM과 개발했다. 저개발국가 주변의 바다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오염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그 지역의 빈곤층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집해오면 이에 대한 대가로 디지털 토큰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디지털 토큰으로는 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도, 교육비나 전기료를 납부할 수도 있다. 실제 아이티를 시작으로, 필리핀, 브라질에서 이 시스템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 등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케냐에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소규모 노점상들을 위한 소액 대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트위가 푸드(Twiga Foods)’의 블록체인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기존 아프리카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신용 대출을 받는데 높은 비용과 복잡한 과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트위가 푸드는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개인의 신용도를 빠르게 평가하고, 기존의 대출 프로그램보다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출, 상환 시스템을 마련했다. 현재는 220개의 소규모 식품업체의 비즈니스 활성화를 돕고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거래하는 사례도 있다. 캐나다 모바일 페이먼트 솔루션 회사인 ‘인터랙(Interac)’, 에너지 유틸리티 회사인 ‘알렉트라(Alectra)’ 사는 IBM과 함께 에너지 거래를 위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열 발전기를 가정에 설치해 태양광 발전 단지를 조성했다. 발생한 태양열은 각 가정에서 활용하지만, 예를 들어 휴가 기간과 같이 잉여 태양열 에너지가 발생한 경우 추가 전력을 필요로 하는 회사나 가정에서 에너지를 코인으로 교환한다. 이는 은행에서 현금으로 교환하거나 마트에서 생활필수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고 지역사회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
이렇듯 블록체인은 비즈니스는 물론 사회적 공익을 위한 혁신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활용되며 다양한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스마트시티 구축이나 스타트업들의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통해 블록체인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기존에는 특정 집단이나 사람에게만 한정적으로 공유되었던 데이터와 거래 기록이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로 확산되면서 투명성과 신뢰도가 제고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 이것이 바로 기술 발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중요한 가치이자 선물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그 가치를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움직이길 기대한다.
/이상권 한국IBM 전문위원
- 심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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