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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선물]①CME, CBOE에 이어 '벡트'와 '이리스X' 가세

가격 하락에 베팅 가능..'암호화폐 선물거래' 인기

2017년 말 CBOE, CME 진입…거래량 2.5배 증가

ICE의 '벡트(Bakkt)'와 나스닥이 투자한 '이리스X'도 주목

지난해 이맘때, 눈을 뜨면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올라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곤 했다. 그러나 암호화폐 가격 하락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 같지 않고, 국내외 규제가 거세진데다, 연이은 ICO(암호화폐공개) · 공구 사기 등으로 풀이 죽은 시장에서는 이런 ‘대박’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비트코인 마진거래’가 투자자들을 끌어 당기고 있다. 현물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투자자들이 파생상품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선물거래는 현물거래와 달리 가격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는 양방향 투자가 가능하다. 레버리지를 써서 적은 돈으로도 투자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전반적인 현물가격의 하락에도 선물거래량은 증가 추이를 보였다.



시카고 상품선물거래소(CME)의 지난해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 / 자료 = CME Group

◇2014년 시작, CME와 CBOE의 참여로 불붙은 ‘비트코인 선물’=비트코인 선물시장은 과거 2014년 시티그룹 출신 아더 헤이즈가 암호화폐 선물거래소인 비트맥스(Bitmex)를 열면서부터 시작됐다. 출범 이후 2018년초까지 약 4년간 선물거래소의 거래량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12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선물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을 추가하면서 거래량이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비트코인 선물 시장에서 하루 거래금액(명목 거래량)은 현물시장의 거래액을 웃돌기도 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해 2월 CME의 하루 평균 비트코인 선물 계약 건수는 1,604건 수준이었다. 이후 선물거래량은 점차 늘어나 지난 11일 하루 평균 계약 4,254건으로 2.5배 이상 늘었다.

CME의 지난해 2월(상)과 올해 1월(하) 비트코인 선물 하루 평균 거래량 / 자료 = CME Group

CBOE와 CME의 선물 거래가 안착하자 시장은 더 많은 선물거래소를 요구했다. 비트파이넥스와 오케이엑스등이 선물거래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비트맥스에도 많은 이용자가 유입됐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3개월간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제공하겠다고 공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는 국제적으로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암호화폐 데이터 제공 업체 토큰매니아에 따르면 빗썸, 비트파이넥스를 포함한 9대 주요 거래소들의 하루 총 거래량은 지난주에 비해 약 10% 하락했다. 반면 선물거래소 중 가장 많은 거래량이 발생하는 비트맥스에서의 하루 거래량은 바이낸스의 24시간 거래량보다 약 2배 많다. 거래량과 가격 모두 급격하게 떨어진 현물시장과 다르게 선물시장 참여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벡트·이리스X등… 제도권 선물거래소들의 진입, 2019년은 ‘선물거래의 해’=기존 제도권 금융기관들도 선물시장의 기회를 엿보고 진입을 준비 중이다. 가장 큰 기대감을 주는 선물 거래소는 단연 벡트(Bakkt)다. 벡트는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인 ICE가 이달 말 출시를 예고한 비트코인 선물을 위한 거래소다. ICE그룹은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비롯하여 12개 거래소를 가지고 있으며 스타벅스와 마이크로소프트,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설립에 관여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초기 직원이었던 아담 화이트가 COO로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벡트는 현금결제 방식인 CBOE나 CME와는 달리 실물인수도방식으로 선물을 상장할 계획이다. CME와 벡트의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갖는 의미에는 분명 다르다. CME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거래소 중 하나이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선물 시장에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추가한 것 뿐이다. 벡트는 암호화폐 선물거래를 위해 거래소를 새로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암호시장에 던지는 기대감의 무게가 다르다.

벡트 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채굴기업인 비트메인과 피델리티, 나스닥벤처, CBOE 등이 시리즈B 투자에 참여한 이리스엑스(IrisX)는 올해 상반기 선물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리스엑스는 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선물상품 취급과 청산 업무에 대한 승인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리스엑스에는 이더리움 재단의 창업자인 조셉 루빈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비트코인 선물시장의 확산은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시켜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의 저변이 넓히는데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제도권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에도 암호화폐를 기초로 한 자산들이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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