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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핀테크협회장 "블록체인 강국의 비결은 민관 협력"

치아 혹 라이 싱가포르 핀테크협회장 인터뷰

"변화에 대한 자세 중요…정부 지원 발 맞춰야"

"통합 표준 기다리기보단 업계 자체적으로 나서야"

싱가포르 핀테크협회장이자 CTIA 싱가포르 대표인 치아 혹 라이./ 사진=신은동 기자

싱가포르가 블록체인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작은 국가 사이즈’가 꼽힌다. 작은 국가일수록 혁신을 받아들이는 합의 구조가 빠르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싱가포르가 단지 소규모 국가라는 이유로 근 3년간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일까.

지난 23일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싱가포르 핀테크협회의 치아 혹 라이(Chia Hock Lai) 회장을 만났다. 지난 2005년부터 금융권에 몸 담았던 그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보험업체인 ‘NTUC인컴’의 디지털혁신팀, 싱가포르 전자정부(e-government) 고문을 거쳐 현재는 싱가포르 핀테크 협회(Singapore FinTech Association) 회장직과 ICO(암호화폐공개) 전문 컨설팅 업체인 CTIA 싱가포르에서 대표직을 겸임하고 있다.

라이 협회장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는 “핀테크 협회에 가입해 있는 기업체들이 어느 순간부터 블록체인 관련 문의를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들여다 보게 됐다”며 “마치 인터넷이 출현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닷컴 버블이 터진 이후 인터넷 산업이 크게 발전했듯 블록체인 또한 이러한 발자취를 밟아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재 싱가포르의 전통 금융사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라이 협회장에 따르면 320개 이상의 핀테크 협회 가입 기업 중 20% 가량은 전통적인 금융회사로 구성돼 있고 그 비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고객의 신임은 얻었으나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기에는 기술력이 부족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노리고 있다는 것.

신산업에 대한 전통 업계의 인식이 하루 아침에 바뀐 것일까. 라이 협회장은 싱가포르가 혁신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로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와 ‘정부의 협조’를 꼽았다. 그는 “큰 국가에 비해 합의가 이뤄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작은 국가 사이즈가 도움이 된 것은 맞다”면서도 “산업과 정부가 발맞춰 걸어오는 등 (혁신으로 인한) 변화 그리고 안정(stability) 간의 밸런스를 맞추고자 노력한 면도 분명 크다”고 말했다. 아무리 국가가 작아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합의 구조는 깨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정부의 협조와 관련해 라이 협회장은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은행 거래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울러 싱가포르 재무부(MAS) 또한 산업 발전을 위해 ICO 가이드라인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싱가포르 의회는 결제 용도의 토큰(payment token)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이제 결제 용도의 토큰과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은 법의 울타리 안에 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같이 변화를 추구하며 신속하게 법을 제정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변화가 기존 산업을 무너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라이 협회장은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이 확산되려면 반드시 새로운 규제가 세워져야하고, 그러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ML(Anti Money Laundering·자금세탁방지)과 KYC(Know Your Customer·신원인증) 관련해서는 통합 표준이 나오는 것이 산업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단, 국가마다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통합 표준이 세워지기 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가 차원에서 통합 표준만을 기다리고 있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업계가 자체적으로 규제에 나서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 라이 협회장은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자체적으로 규제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국가 자체가 자원이 없어서 변화를 신속히 수용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대표 블록체인 협회 두 곳에서 공개한 이니셔티브(규약)를 예로 들며 “협회들이 나서서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준수하도록 인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블록체인 업체들이 금융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이스(SPICE·Standardized Practice In Crypto Entities program)라고도 불리우는 이 이니셔티브는 업계 주도로 규제를 강화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와 규제 당국자 간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발족됐다.

싱가포르와 같이 한국 또한 자원이 없다는 기자의 말에 라이 협회장은 “한국은 이미 자동차 산업 등에서 혁신을 꾀한 국가”라고 말하면서도 “단, 블록체인 기술을 투기와 연결짓는 시선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원이 없더라도 싱가포르보다 큰 규모의 국가에서는 신속하게 대처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의) ICO 금지는 투기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라고 본다. 혁신 국가로 인지되고 있는 한국이 산업 자체를 막기 위해 금지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업계와 정부가 합심, 블록체인 강국으로 자리할 수 있었다. 라이 협회장은 “STO가 화두로 떠오른 현재에도 싱가포르는 ICO 규모로 세계 3위권 안에 든다”며 “지난해 대비 ICO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국가 자체가 규제 방면에서 열려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를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STO에 대해 라이 협회장은 “아직 자금조달을 편리하게 하기에는 어려운 모델”이라며 “싱가포르의 자본시장법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막상 STO와 관련한 프로젝트가 ICO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산업이 더 성장하면 STO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김연지 기자
yjk@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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