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기부금을 운용하는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HMC·Harvard Management Company)’가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미국 유명 대학교는 글로벌 큰손 중 하나다. HMC는 2018년 6월 30일 기준 392억달러(44조7,350억원)의 기부금을 운용하고 있다. 성과도 대단하다. 1974년 만들어진 HMC는 연평균 11%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이런 HMC가 구매한 암호화폐가 ‘블록스택(Blockstack)’이라는 스타트업의 토큰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더 이상 암호화폐 투자를 기피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블록스택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토큰 판매 승인을 신청했다”며 신청 시 제출한 문서를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찰리 사라비아(Charlie Saravia) HMC 상무이사는 블록스택 토큰 판매 자문위원회의 대표를 맡았다. HMC만의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HMC를 포함해 럭스캐피털, 파운데이션 캐피털 등 3개 기관이 구매한 블록스택 토큰은 총 9,583만 개다. 약 1,150만달러(131억 2,4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암호화폐가 아닌 일명 ‘마이너 토큰’에도 투자하는 등 암호화폐 투자 위험을 감수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CCN은 “2018년부터 그레이스케일(Grayscale) 같은 암호화폐 투자 신탁 회사들이 나오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지난해 4분기 그레이스케일 투자신탁을 이용해 암호화폐에 투자한 금액 중 66%는 기관투자자로부터 나왔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대부분 기관투자자는 자금세탁이나 시장 조작에 대한 우려로 인해 암호화폐 투자를 기피해 왔다”면서도 “버지니아 주 연금펀드와 예일대에 이어 하버드까지 암호화폐 기관투자자 그룹에 합류했다”고 분석했다.
블록스택 측은 주요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아님에도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치한 것에 대해 “SEC 승인을 받기 위한 노력 덕분”이라고 자신했다. 블록스택은 미국 연방증권법상 ‘Reg A+’ 조항을 통한 합법적 토큰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소규모 기업들이 공시 요건을 일부 면제받으면서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다. 블록스택이 SEC 승인을 받게 되면 업계 최초로 합법적 토큰 판매를 하는 사례가 된다. 현재 SEC는 모든 ICO(암호화폐공개)를 증권 발행으로 보고, 토큰 판매에도 공시 등 증권 관련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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