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기부금을 운용하는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HMC·Harvard Management Company)’가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요 외신들은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암호화폐가 아닌 일명 ‘마이너 토큰’에도 투자하는 등 암호화폐 투자 위험을 감수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HMC가 투자한 암호화폐가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이 아닌, ‘블록스택(Blockstack)’이라는 스타트업의 토큰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록스택의 토큰은 ‘마이너’가 아니다. HMC뿐 아니라 유니온스퀘어벤처스, 마이클 애링턴 등 유명 벤처캐피털(VC)과 개인 투자자들도 블록스택에 투자했다. 이들로부터 블록스택이 투자받은 규모는 5,500만달러(643억원)에 달한다. 대규모 투자를 이끈 블록스택의 기술력은 무엇일까.
블록스택은 디앱이 보편화되어야 탈중앙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디앱 개발 패키지인 ‘제로 투 디앱(Zero to DApp)’을 만들었다. 제로 투 디앱에서는 스마트 콘트랙트는 온체인에 저장하고 암호화 데이터는 오프체인에 저장하는 블록스택의 블록체인 플랫폼과 블록스택 생태계에서 쓰이는 STX 토큰, 신원증명 서비스인 블록스택 어스(Auth) 등을 활용해 디앱을 개발할 수 있다.
알리 CEO는 “대부분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모든 데이터를 온체인에 담으려 하는데, 블록스택은 최소한의 온체인 데이터만 가져가고 나머지 암호화 데이터는 오프체인에 저장함으로써 확장성과 보안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블록스택 어스는 사용자가 앱에 로그인할 때 블록체인 기반 디앱인지 일반 앱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게 데이터를 입력하게끔 한 신원증명 방식”이라며 “다만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은 블록스택이 아닌 사용자 개인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개발자들이 최대한 쉽게 앱을 만들 수 있도록 모든 개발 코드는 자바스크립트 API에 정리했다. 알리 CEO는 “자바스크립트를 쓰는 개발자는 블록스택 상에서 디앱을 1시간 만에 개발할 수 있고, 새로운 코딩 언어를 학습할 필요 없다”며 “아무리 훌륭한 개발자라도 앱을 만들 때 어떤 인프라를 쓸지 걱정하게 되는데, 블록스택은 그런 걱정을 줄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에 개발자들은 블록스택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알리 CEO는 “전 세계에서 약 2만명의 개발자가 블록스택 개발자 밋업과 해커톤에 참여했다”며 “현재 블록스택을 기반으로 개발된 디앱도 80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블록스택이 한국에 방문한 이유 역시 한국에서 개발자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브리트니 러플린(Brittany Laughlin) 블록스택 성장파트너는 “한국에도 좋은 아이디어를 가졌음에도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개발자들이 블록스택 홈페이지에 공개된 개발 튜토리얼을 보고, 개발 커뮤니티에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고자 블록스택은 지난 2일 한국에서 기술력을 설명하는 첫 번째 밋업을 열기도 했다. 밋업은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팅 기업인 해시드와 함께 진행했다.
이에 대해 알리 CEO는 “현재 암호화폐에 적용되는 SEC 규정은 1930년대에 제정된 것이고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법 개정 속도가 느린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모든 ICO(암호화폐공개)를 증권 발행으로 간주하는 SEC의 태도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투기가 성행하고 있고 토큰을 발행하는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개발을 제대로 진행하는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에 블록스택은 합법적으로 암호화폐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합법적 토큰 판매를 추진한 이유를 설명했다.
블록스택은 SEC로부터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 CEO는 “SEC가 Reg A+ 활용 여부를 인정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데, SEC로부터 관련 코멘트를 받은 바 있다”며 “이에 맞춰 토큰을 판매하면 자격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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