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일까. 암호화폐 비트코인(BTC) 가격 상승과 테더(USDT)를 둘러싼 스캔들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의 핵심은 “USDT의 악재를 BTC 가격의 상승으로 무마하려는 불순한(?) 시도”가 존재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번 변호사의 이 짧은 글은 암호화폐를 ‘모든 버블의 어머니’라고 혹평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번 변호사가 이 같은 언급을 한 배경에는 USDT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를 둘러싼 스캔들과 뉴욕 검찰의 기소라는 악재(?)가 있다.
번 변호사의 의혹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BTC를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대형 악재 뒤에 랠리”라는 이상한 공식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문제는 비트파이넥스와 USDT의 운영 주체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즉, 달러와 연동돼 있는 스테이블 코인 USDT와 거래소 비트파이넥스가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실탄(USDT)과 기관총(암호화폐 거래소)을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검찰 기소 소식이 전해진 직후 BTC 가격은 반짝 하락세를 나타냈지만(그래프 상 a) 낙폭은 제한적이었다. 더구나 지난 4월30일 비트파이넥스 측 변호사는 USDT의 달러 유보금이 74% 수준이라는 충격적인 발표까지했다. USDT는 그 가치가 달러에 1대1로 연동되기 때문에 달러 유보금은 100%여야 한다.
USDT의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이같은 발표에도 암호화폐 시장은 의외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개별 코인인 USDT가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USDT 쓰임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가총액도 28억달러 수준으로 상위 9위에 해당한다. 크립토컴페어 통계에 따르면 BTC 거래의 80%가 USDT로 결제된다. 따라서 USDT의 신뢰성에 흠집이 가면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뉴욕 검찰의 기소 이후 시장은 잠시 숨을 고르다가 본격적인 랠리를 시작했다. 비트파이넥스는 한 술 더 떠서 지난 8일 10억달러 규모의 자체 거래소 코인(LEO)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겠다는 발표까지 감행한다.(그래프 상 b)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거액의 투자금을 받겠다고 나선 것.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코인 판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고, 비트파이넥스 측은 12일 이 같은 사실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통해 공표했다.(그래프 상 C) 이런 일련의 이벤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BTC 가격은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USDT가 이번에도 뉴욕 검찰의 칼날을 피할 수 있을까. USDT는 감독 당국의 주목을 끌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일단 지배 구조가 특이하다. 코인 발행과 이 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의 주체가 같다.
USDT측은 달러 유보금에 대해 제대로 된 회계 자료를 내놓은 적이 없다. 은행과의 거래 관계도 불투명하다. 이번에 뉴욕 검찰이 기소한 부분도 거래소와 USDT 사이의 이상한 자금 이동이 꼬투리가 됐다.
텍사스 대학의 존 그리핀 교수와 아민 샴즈는 지난해 이 같은 주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Is Bitcoin Really Un-Tethered? 비트코인은 정말로 테더와 관련 없나?)
이 논문은 2017년 12월 BTC 가격이 2만달러에 근접, 정점을 찍을 당시를 조명한다. USDT의 대규모 발행, 트렌젝션, 그리고 BTC 가격 사이의 통계적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것. “누군가 의도적으로 특정한 매매를 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두 코인 사이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시세 조정이 의심된다는 것.
논문 저자들은 일정한 패턴을 주목했다. 우선 USDT가 대규모로 발행된다. 이 코인은 비트파이넥스로 옮겨진다. 신규 코인 발행 후 BTC 가격이 떨어지면 USDT는 ‘일정한 방식으로’ BTC를 구매하는데 사용된다.
그리핀 교수는 특히 2017년 3월부터 2018년 3월 사이 USDT로 BTC를 구매한 87건의 대량 거래에 초점을 맞췄다. BTC 가격이 떨어지기 3일 전 USDT가 신규 발행된다. BTC 가격은 수 시간 먼저 하락세를 보이다가 USDT를 이용한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한다.
87건의 이같은 거래는 조사 기간 중 BTC 거래량의 1%도 되지 않았지만, 그해 BTC 가격 상승의 50% 정도를 이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비교를 위해 1만번의 시뮬레이션을 실시했지만 시장에서 실제 있었던 가격 움직임이 무작위로(자연적으로) 일어난 사례는 없었다. 그리핀 교수는 이같은 가격 상승 경향이 500달러 단위로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의도가 있는 거래 행위가 아니라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없고, 이는 곧 시세 조정의 강력한 증거라는 주장이다.
음모론적 의혹에 대한 반론도 있다. USDT가 신규로 발행된 것이 없고, 눈에 띄는 대량 거래도 없었다는 것. 여기에 비트파이넥스에서 형성됐던 BTC 프리미엄도 거래소 코인 발행이 끝난 12일 이후 곧바로 사라졌다. 어떤 세력이 시세 조정을 했다면 더 가열차게 BTC 가격을 끌어 올린 흔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악재 뒤 랠리’라는 의문을 제기한 번 번호사는 “(암호화폐 트레이딩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현재 비트코인 가격에는 규제 당국의 움직임이 맞물려 있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번 변호사가 언급한 규제 당국의 움직임은 비트파이넥스에 대한 뉴욕 검찰의 기소와 불투명한 테더 코인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James Jung기자 jms@decenter.kr
- 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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