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더리움(Ethereum)에서 실행할 수 있을까. 현재는 어렵다.
이더리움에서 스마트 콘트랙트를 돌릴 땐 가스비(Gas fee·이더리움상에서 스마트 콘트랙트를 처리할 때 이용자에게 부과되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한 블록에 담을 수 있는 가스비 총량은 제한되어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은 많은 연산 작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블록 당 처리 가능한 연산에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아예 블록에 들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설령 가스비 총량 제한을 늘린다 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막대한 가스비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연산 성능의 한계다.
박상현 서울대학교 가상머신 및 최적화 연구실 연구원은 ‘도지더리움(Dogethereum·도지코인과 이더리움의 합성어)’이 채택한 ‘트루빗(Truebit·이더리움 연산 성능을 올리기 위한 오프체인 솔루션)’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 20일 서울대입구 근처 카페에서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트루빗을 활용하면 이더리움이 지닌 연산 성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래 도지코인은 스마트 콘트랙트를 지원하지 않는 1세대 블록체인이다. 스마트 콘트랙트를 지원하려면 프로토콜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박 연구원은 “그러기 위해선 블록체인을 두 갈래로 나누는 하드포크를 진행해야 하는데,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힘들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하드포크 없이 도지코인으로 이더리움의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을 쓸 방법은 없을까.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블록체인 ‘인터체인’을 통하면 가능하다는 것이 박 연구원의 이야기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할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없는 한계를 인터체인으로 해결하는 사례도 있다. 인터체인은 블록체인 간의 상호운용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도지더리움의 인터체인 방식은 이렇다. 도지코인에서 특정 계좌로 돈을 보내고 거래를 발생시키면 돈의 소유권이 해당 계좌로 넘어간다. 이를 ‘락(lock) 과정’이라 한다. 보낸 돈의 총액만큼 이더리움상에서 ERC-20 토큰으로 발급해주면 원래 갖고 있던 양만큼의 도지 코인이 이더리움상의 ERC-20토큰으로 생성된다. 반대로, 원래 갖고 있던 ERC-20토큰을 없애버리고 없앤 양만큼의 도지코인을 받으면 다시 도지코인이 생기는 것이다. 이 과정을 스마트 콘트랙트로 처리하도록 한 게 도지더리움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과정은 앞의 설명만큼 간단하진 않다. 거래 검증에 엄청난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락(lock) 관련 거래를 검증하는 데에는 엄청난 연산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 작업을 모두 스마트 콘트랙트에 올려 검증하려면 하루에 1만 달러나 든다”고 설명했다.
도지더리움의 이러한 비용 문제는 트루빗 프로토콜로 해결된다. 더 빠른 컴퓨팅 작업을 위해 종종 쓰이는 트루빗은 연산을 이더리움에서 하지 않고 외부(로컬 컴퓨터)에서 한다. 결과 값만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담는 꼴이다. 박 연구원은 “당연히 무결성 문제가 생긴다”며 “트루빗은 제대로 연산을 돌렸는지 아닌지를 보증하기 위해 블록체인에 올린 결과에 다른 사람이 ‘챌린지(Challenge)를 할 수 있도록 해놨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A가 올린 결과 값에 B가 첼린지를 걸면 결과 값을 맞춘 사람에겐 보상을 준다는 것. 이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주체는 스마트 콘트랙트다.
박 연구원은 “트루빗이 나온 지 꽤 됐지만, 아직 프로토콜의 유스 케이스(Use case)는 도지더리움 빼곤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도지더리움에 주목한 이유를 묻자 그는 “도지더리움을 만들기 위해 쓰였던 기술들이 전부 다 인터체인 기술에서 고민했던 요소들이다. 도지더리움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한편 박 연구원은 오는 27~28일 이틀간 진행되는 이더리움 개발자 콘퍼런스 ‘이드콘 한국 2019’에서 도지더리움, 인터체인, 그리고 트루빗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의 발표는 이드콘 첫째 날 들을 수 있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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