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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 짜장면과 짜장면 쿠폰


“예를 들면 이런 거에요. 우리가 짜장면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지, 그런 고민을 해야하는데, 암호화폐 보고 있으면 짜장면 쿠폰을 뿌려서 대박 내겠다는 사람들 같단 말이죠. 이상 하지 않나요?
정책 당국 입장은 어쨌든 지금까지는 이렇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투자도 하고, 발전 시키자는 겁니다. 암호화폐는 안됩니다. 거래소도 안됩니다. ICO, STO, IEO도 안됩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솔직한 말씀을 살짝 윤색하면 이런 취지였습니다. 짜장면과 쿠폰의 비유는 문제가 있지만,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데는 나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품(짜장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기술 혁신의 근간이라는 얘기죠. 일단 짜장면을 맛있게 만들고, 이를 널리 알리고 손님을 끌기 위해서 필요한 짜장면 쿠폰은 그 다음이다.

이 얘기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이 ‘리브라 암호화폐’ 개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백서를 차근차근 읽어봤는데요. 단 번에 든 생각은 페이스북이 금융을 하겠다는 거구나였습니다. 암호화페 리브라를 만드는데 사용된 기술이 얼마나 첨단인지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만, 리브라로 구현하고자 하는 서비스는 그냥 금융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은 금융이라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겠다고 선언했고, 그 제품은 ‘짜장면 쿠폰’과 같은 암호화폐를 바탕으로 합니다.

우리나라의 어떤 은행 또는 기술 기업이 이런 걸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짜장면과 짜장면 쿠폰을 분리하면 리브라 같은 파격은 나올 수 없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미숙한 점들을 감안하면 정책 당국이 “안됩니다”라고 틀어 막는게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짜장면과 짜장면 쿠폰의 비유처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단절시키면 아이디어의 확장이 극도로 제한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리브라를 놓고 크립토 진영에서도 진정한 블록체인이냐, 암호화폐냐 논란이 있습니다만, 수 십 억 명을 대상으로 금융업을 하겠다는 당찬 생각 자체는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시도가 무산되더라도 말이죠.

실패하더라도, 당장 할 수 없더라도, 생각의 차원을 높이다 보면 진짜 대박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요. 생각의 유연함을 막지 않는 정책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리브라에 대한 해외 정책 당국자들의 반응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영란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였습니다.

“새로운 혁신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지만, 문을 열어준 것은 아니다(So open mind, but not open door).”


노크는 얼마든지 하라는 거죠. 문을 열어주는 것은 아주 엄격하게 여러가지를 봐서 해주겠다는 겁니다. 노크 자체를 못하게 하지는 않겠다!

사족. 리브라가 상용화되고, 한국에 진출한다고 생각해보죠.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짜장면 사장님 메신저로 리브라를 보내서 계산을 한다? 그닥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리브라로 결제하면 할인을 해준다? 카드 결제보다 훨씬 수수료가 낮다면? 해볼만 할 것 같습니다.

짜장면만 잘 만들게 아니라 짜장면 할인 쿠폰도 같이 잘 만들어야 페이스북이랑 싸울 수 있습니다.
/James Jung기자 jms@decenter.kr

정명수 기자
jms@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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