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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동안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조치' 공개변론…쟁점은?

청구인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는 정부의 공권력 행사이자 기본권 및 자산권 침해"
금융위 "자금세탁 방지 위한 은행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것"

  • 노윤주 기자
  • 2020-01-16 17:51:56
3시간 동안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조치' 공개변론…쟁점은?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시행된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공개 변론이 열렸다.

16일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 등 위헌확인’ 사건에 대한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변론에서는 지난 2018년 1월 30일부터 국내 암호화폐 빅4 거래소를 대상으로 시행된 실명인증 가상계좌 발급 의무 조치가 이용자 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다퉜다.

청구인 “금융위, 공권력 행사해 국민 기본권 및 재산권 침해”
청구인 겸 청구인 대리인인 정희찬 변호사는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약 한 달간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규 가입이 일시 중단됐던 점,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거래 실명 확인 서비스를 진행해야 했던 점 등 두 가지가 주요 위헌 심판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암호화폐는 자산이고, 이 자산의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 거래소”라며 “청구인들이 자산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막은 행위는 암호화폐 자산 처분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피청구인(금융위원회)은 국민이 아닌 은행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국민이 은행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에 조치를 취했다는 것은 국민에게 조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금융위가 공권력을 행사해 은행에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도록 강제했고, 이에 따라 정부 조치에 권력성이 존재했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해주며, 은행 수익을 증대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실명인증 가상계좌 조치를 따랐던 것은 정부가 권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금융실명제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에 별도의 실명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밝혔다. 서로 다른 은행에서 다른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는 데에 자금 세탁의 우려가 있다면, 그것은 금융 실명제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일 뿐 암호화폐에 별도로 적용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 실명제를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처럼 시행했다면 헌재는 위헌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이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희찬 변호사는 “금융위가 시행한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는 사기업인 거래소와 개인 이용자 사이 입출금 내역을 영장 없이 은행이 바로 파악해 금융위와 금융정보분석원(FIU)한테 바로 보고하는 시스템”이라며 “이런 바로 보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각 암호화폐 거래소가 지정한 특정 은행에서만 실명인증 가상계좌를 발급받게 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금융위 “자금세탁 방지 등 문제 해결 위한 은행의 자발적 참여일 뿐”
금융위는 청구인 측의 주장에 대해 “암호화폐 거래는 익명성을 악용한 범죄에 이용되고, 추적이 어려워 부작용이 많다”며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면 익명성에 보안 취약성까지 더해진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세웠고, 이번 사건도 그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기존 가상계좌 시스템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가상계좌는 실제 은행 계좌가 아닌 일종의 식별 코드와 같고 발급 계약은 은행과 기업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상계좌에 제삼자가 입금하거나 무통장 입금을 한다면, 실제 입금자가 누구인지 추적하지 못해 은행의 실시간 확인과 이상거래 탐지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금융위 측은 “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한 게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의 사회적 위험성을 인식한 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실명확인 서비스를 진행한 것”이라며 “백번 양보해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행사가 있더라도 이는 감독기관과 피감독 기업 사이의 일이지 국민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 사용은 은행과 기업의 계약 사항이기 때문에 기본권에 해당하지 않고, 재산권 침해는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헌법소원 청구는 각하돼야 한다는 게 금융위 측 입장이다.

헌재, ‘은행과 거래소에 정부 조치 거절할 여지 있었나’와 ‘암호화폐 거래에 가상계좌가 필요한 이유’에 주목
헌재의 재판관은 청구인과 피청구인 모두에 다수의 질의를 던졌다. 이 같은 질의는 헌재의 판단 기준을 추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재판관의 질의는 아래와 같다.

이선애 재판관은 금융위 조치 시행의 법적 근거와 은행 및 거래소가 이를 거절할 여지가 있었는지를 질문했다. 이 재판관은 “금융위가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금융 실명제 모델까지 만들어서 요구했는데 법률상 근거는 무엇이냐”며 “또 은행과 거래소가 이를 따르지 않거나 서비스 모델을 변형해 제공할 여지가 있었냐”고 물었다. 청구인 측에는 “암호화폐 거래에 있어 개인 간 거래가 아닌 거래소를 통한 위탁 매매를 해야 하는 중요성은 무엇이냐”며 “반드시 기존 가상계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금융위에 “암호화폐는 국제적인 현상인데 가상화폐 거래 관련 규제 또는 지금과 같은 조치를 마련하는 데 모범이 된 국제 기준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청구인에게는 “거래 실명제 시행 이전의 자유로운 거래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냐”고 물었다. 김기영 재판관은 기존 가상계좌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거래할 시 입금자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금융위의 주장에 “입금자는 은행계좌를 이용해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실명인증이 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며 “무통장 입금도 거래금액 100만 원 초과 시 입금자 확인을 진행하는데 이 경우에도 실명인증이 되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변론을 바탕으로 정부의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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