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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스캠 걸러내는 인플루언서?···업계 성장 가로막는 ‘모두까기인형’

/셔터스톡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제일 많이 뜨는 광고는 ‘리뷰형 광고’다. 일반인 모델이나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고, 체중조절용 보조식품을 한 달 동안 먹었더니 10kg가 빠졌다며 후기를 밝힌다. 특이하게 생긴 베개를 두 달 동안 베고 잤더니 거북목이 개선됐다는 후기 광고도 있다. ‘에이 설마’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짜인가’ 궁금해 한다.

그래서 이런 리뷰형 광고를 리뷰해보는 유튜브 채널이 생겼다. 해당 채널의 리뷰 대부분은 ‘SNS 속 광고가 과장됐다’는 내용이다. 유튜버가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니 리뷰형 광고 속 효과는 나타나지 않더라는 것. 이 채널은 소비자를 위한 채널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하마터면 살 뻔한 제품을 대신 사서 사용해줬기 때문에 돈이 굳었다는 평가다. 구독자는 빠르게 늘어났다.

블록체인 업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여느 산업처럼 이 업계에도 블로거, 인플루언서, 유튜버가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프로젝트가 발행한 암호화폐에 대해 분석 글을 쓴다. 당연히 돈도 받는다. 돈을 받고 쓰는 리뷰인 만큼 객관적인 내용이 나오긴 힘들다. 프로젝트 홍보와 함께 토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독자들은 ‘설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투자해볼까’ 마음을 먹게 된다.



리뷰형 광고를 리뷰하는 사람이 등장했듯, 많이 홍보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분석 내용 대부분은 ‘이 프로젝트는 망할 것이며, 토큰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저격이다. 일명 ‘모두까기인형(모든 의견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표현)’이다. 하마터면 살뻔한 토큰의 단점을 이야기해줬기 때문에 호평을 받는다. 구독자는 늘어나고 이들 역시 파워블로거, 인플루언서가 되어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리뷰형 광고 리뷰 채널과 블록체인 업계의 모두까기인형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전자에는 비교적 확실한 근거가 있다. 유튜버는 광고에 나오는 체중조절용 보조식품을 산 뒤 광고에는 안 나오는 식단 조절까지 병행하며 다이어트를 했지만, 한 달 간 3kg 남짓 빠졌다고 말한다. 식단을 조절했기 때문에 보조식품을 먹지 않았어도 3kg가 빠졌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광고 속 베개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두 달 간 베고 잤으나 목 모양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보여준다. 사람 체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제품이라 해도, 과장 광고였다는 주장을 할 만한 근거는 된다.

후자에게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 예를 들어 바이낸스가 국내 특금법 통과에 맞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것 같다며 지적한다. 근거는 시기가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것. 구독자들은 국내 거래소의 혼란을 틈타 바이낸스가 돈을 벌어간다고 비난한다. 정작 바이낸스 관계자는 특금법이 통과되기 전 공지가 나가야 했으나 시스템 점검으로 미뤄졌다며, 특금법과 관계없다고 토로했다.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미래를 함부로 재단하기도 한다. 결제형 암호화폐를 쓰는 이유는 할인 하나뿐이라며, 결제형 코인들은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언뜻 보면 맞는 이야기다. 소비자가 할인받은 금액을 채워야 하는 건 프로젝트 팀이기 때문에 할인 모델만 가지고선 사업을 이어나갈 수 없다.

그러나 사업하는 팀이 그 정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개발을 진행할 리 없다. 최근 할인 이벤트를 활발히 진행 중인 페이코인은 페이코인 운영사인 다날의 휴대폰결제 인프라를 활용, 결제 적립 포인트를 페이코인으로 돌릴 수 있게 한다. 할인 이벤트가 끝나도 계속 사용자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이 잘 통할지 지켜봐야 하지만, 페이코인이 세상 밖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하기엔 섣부르다.

이 같은 지적들은 비판이 아닌 비난에 가깝다. 비판에는 확실한 근거와 대안 제시가 들어있다. 기자로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비판하는 기사를 꾸준히 써왔지만, 비판의 근거에는 사실이 있었다. 이런 점은 비판받을 만하니,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늘 대안을 제시해왔다. 그 대안에 대해서는 항상 프로젝트 측의 답변을 들었다. 사실이 빠진 지적, 함부로 단언하는 미래는 언뜻 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업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블로거나 인플루언서가 기자처럼 사실 확인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구독자들에게, 그리고 블록체인 프로젝트에게 충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지적함으로써 스캠을 걸러내고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과 관계없이 ‘모두 까기’함으로써 업계의 성장을 막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적을 이어갈 것이라면 그에 맞는 도덕적, 역량적 기준치와 배경도 갖춰야 한다. 블로거 닉네임 뒤에 숨어 저격만으로 누군가의 성장 동력을 위협했다면, 그 행위에는 책임도 뒤따른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지적만 하는 건 쉽다. 지적의 근거가 합당한지, 비판받아야 할 점이 있다면 개선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어려울 뿐.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위대한 개츠비 첫 문장-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박현영 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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