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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폭락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제 몫을 했을까?

비트코인 폭락하자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 수요 증가

암호화폐 담보인 DAI 등 불안정한 모습 보여

업계 "한계 속단 이르다…보완 가능성 있어"

/출처=셔터스톡

지난 13일 새벽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례적으로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반면 암호화폐 담보 또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을 위해 쓰이는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암호화폐의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이때에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안정적일까?

수요 급증한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 불안한 모습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
13일 코인마켓캡 기준 테더(USDT)의 최고가는 1.08달러다. USDT는 지난 1년간 1.02달러를 넘은 적 없었으나, 이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이례적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법정화폐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자 투자자가 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대거 사들인 탓으로 보인다.

USDT 뿐 아니라 같은 날 유에디스디코인(USDC)은 1.08달러를 기록하면서 52주 최고가를 갱신했다. 팍소스 스탠다드(PAX)도 1.09달러까지 가격이 오르면서 마찬가지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PAX 사상 최고가인 1.10달러에 근접한 가격이다.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암호화폐 담보 및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은 담보물과 페어 코인의 가격이 급락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메이커다오의 다이(DAI)는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의 대표 주자다. 투자자는 ETH 또는 베이직어텐션토큰(BAT)을 담보로 맡기고 1달러와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DAI를 받는다. 담보율은 150%다. 150달러 상당의 ETH를 맡기면 100DAI를 받는 구조다.

담보로 설정된 ETH와 BAT 가격이 하락해 최소담보비율을 지키지 못했다면 강제 청산이 이뤄진다. 담보를 경매에 부치고, 경매를 통해 받은 금액으로 부채를 청산하는 과정이다. 만약 지난 13일처럼 담보물의 가격이 순간 급락하거나, 시스템이 관리 불가 상태가 되면 긴급셧다운을 논의하게 된다. 암호화폐 메이커(MKR)를 보유한 투표권자들은 셧다운 투표를 진행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시스템에 예치된 담보를 각자의 몫에 맞게 나누어 가진다.

이번 급락장에도 메이커다오가 긴급 셧다운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메이커다오 측은 셧다운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메이커다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ETH 가격 하락, 가스비 상승으로 생태계가 스트레스를 받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해킹, 버그, 긴급 셧다운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시스템의 허점을 악의적으로 이용한 일부 참여자들이 청산 담보 경매를 공격한 일이 발생했다. ETH 가격 급락으로 네트워크 처리량이 폭증한 틈을 타, 극소량의 DAI로 담보 ETH를 경매 받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기간에 담보물을 충당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는 의견을 냈다. 김재원 에버렛 공동설립자는 “ETH 가격이 급락하면서 최소 담보 비율을 맞추기 위한 추가 담보 이체가 필요했지만, 오라클 문제와 하락한 ETH 가격으로 인해 담보 비율을 맞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래대로라면 48시간 이내 담보를 청산하는 경매를 진행해야 하지만, 급락장에서 경매를 진행할 경우 가치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될 것을 우려해 오는 19일로 경매를 미뤘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업체 디스프레드는 미디엄 블로그를 통해 ‘키퍼(Keeper)’의 부재가 급락장에서의 혼란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키퍼는 경매를 진행하거나, 거래소 주문을 생성하거나, 청산 절차를 밟게 하는 등 메이커다오 시스템 안정화를 돕는 외부 에이전트다. 디스프레드는 “이번 급락장에서 키퍼의 부재를 이용해 담보 ETH 경매를 진행한 비정상 사례가 발생했다”며 “이더리움 메인넷의 확장성 한계, 시스템 허점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간 관심을 받지 못한 키퍼 생태계의 취약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많은 키퍼가 생태계에 참여해 경쟁적인 경매 입찰을 진행했다면, 담보 청산이 조금 더 적게 일어났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메이커다오가 이루고 있는 시장이 큰 만큼,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쉽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김재원 공동설립자는 “메이커다오는 이미 큰 시장을 형성했고 많은 종사자가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폭락장과 같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위험한 것이 사실이이지만, 이것 때문에 이 생태계가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사이퍼 스테이블코인 연구팀은 “이번 사례만으로 법정화폐 담보방식이 아닌 (다른 유형의) 스테이블코인의 한계를 속단하는 것은 이르다”라며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인 만큼 사회적인 상호작용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디사이퍼 연구팀은 “법정화폐 운용에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듯, 메이커다오 플랫폼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할수록 DAI 가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USNBT 가격 차트. 2018년 중순부터 1달러 유지에 실패한 모습이다. /출처=코인마켓캡 캡처

테라는 가격 유지했지만, 루나 가격 30% 하락…“적은 거래량이 오히려 득됐다“
테라(Terra)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공급과 수요를 조절해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이번 급락장에서 테라KRW(KRT)는 가격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KRT는 원화 1원과 가치가 연동돼 있다. 코인마켓 캡 기준 12일 오전 8시경 KRT는 0.000838달러(1.04원)에 거래됐고, 13일 오전 10시경에는 0.000820달러(1.02원)로 밀려났다. 소폭 가격 하락이 있었지만 1원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KRT가 가격을 유지한 데 대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은 거래량이 몰리면 가격 압박을 받는다”며 “테라는 거래량이 많이 없어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RT 가격이 0.000820달러였던 지난 13일 오전 10 기준 24시간 거래량은 24만 7,644달러(약 3억 749만 원)에 불과했다. 동시간대 USDT의 24시간 거래량은 770억 6,891만3,162달러(약 95조 6,964억 원)에 달했다.

KRT는 가격을 유지했지만, 페어 토큰인 루나(LUNA)의 낙폭은 컸다. LUNA는 스테이블코인은 아니지만, 테라 생태계와 테라 기반 각종 스테이블코인 가격 유지에 큰 역할을 하는 암호화폐다. 테라 기반 스테이블 코인들과 LUNA는 상호 교환이 가능하다. 시스템에 1LUNA를 보내면, 이 가격과 상응하는 만큼의 KRT를 발행하는 구조다. KRT 가격 유지를 위해 LUNA를 추가로 발행하거나, 소각할 수도 있다.

12일 오전 8시경 0.1995달러(약 247.99원)에 거래되던 LUNA는 13일 오전 10시경에는 0.1373달러(약 170.67원)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동일 기간 코인원 기준 LUNA 가격은 최고 242원에서 최저 164원으로 32.23% 감소했다.

비트코인 폭락 이기지 못했던 누비츠…“알고리즘형 스테이블 코인, 재단 재력 받쳐줘야 가치 유지 가능”
테라와 비슷한 유형의 스테이블 코인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대부분 가치 유지에 실패했다. 누비트(NuBits·USNBT)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USNBT는 자체 개발한 매매 AI인 누봇을 활용해 매수 매도 벽을 만들고, 가치를 1달러로 유지했다. 또 누쉐어(NuShares)라는 페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누쉐어의 발행과 소각을 통해 USNBT의 가치를 유지하고자 했다.

USNBT는 BTC 등 다른 암호화폐 가격에 큰 영향을 받았다. 리저브(Reserv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암호화폐 붐이 일자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암호화폐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USNBT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고, 1달러를 유지해야 할 USNBT는 같은 해 12월 20일과 28일 사이 최고가 1.5달러를 기록했다.

BTC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USNBT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했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두려는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누비트 재단은 신규 USNBT를 추가 발행하면서 수요를 맞췄다. 이후 투자자들이 다시 BTC를 매수하기 위해 USNBT를 매도하자, USNBT 가격은 매도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하락했다. 재단은 전체 발행량 중 극소수의 USNBT만을 보유하고 있었고, 알고리즘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이후에도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물량은 충분하지 않았고, USNBT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이를 알아차린 투자자들은 불안감에 USNBT를 매도했고, 빠른 속도로 가격이 하락했다. 리저브는 BTC 가격 최고점에서 USNBT를 대량으로 찍어낸 게 실패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BTC를 받고 USNBT를 발행해줬기 때문에, BTC 가격 하락이 곧 USNBT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USNBT는 17일 코인마켓캡 기준 1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0.38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USNBT의 경우 투자자들의 거래량을 이기지 못하고 1달러 선이 무너진 것”이라며 “매도·매수로 가격을 조절하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이를 받쳐주는 재단의 재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시세 견인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라이즈 인덱스 팀은 “최근의 시장 변동성을 고려했을 때 법정화폐 담보 형식이 무담보 형식보다 가치 유지 측면에서는 더 명확하다”며 “현재 출시된 스테이블코인들이 100% 가격 보증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법정화폐 담보 방식의 스테이블코인 역시 예치금에 대한 투명성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이 이뤄져야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계속 보증될 수 있다는 이유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노윤주 기자
yjr0906@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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